▲돌과 시멘트로 조성한 조그만 연못에는 여러 수초들이 자리한 가운데, 창포꽃이 피었고, 하늘도 담겼다.
이상옥
연못을 시공할 때 집 철거 때 나오는 주춧돌, 구들장 등의 돌과 시멘트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물고기가 살기에는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다. 연못에 물을 채우고 바로 물고기를 넣으면 시멘트 독 때문에 죽는다고 해서, 마음만 조급하였다. 빨리 연못 속에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연못에 물을 채우니, 처음에는 물이 많이 빠져나가서 다시 시공해야 하나, 걱정도 했다. 시공자가 비닐을 깔고 흙을 많이 채우고 그 위에 돌과 시멘트로 조성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흙이 물을 많이 빨아 머금기 때문에 물이 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니, 좀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해서 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연못에 차츰 물이 빠지는 양이 줄어들면서 서서히 정상화되었다. 우선 연못에 물을 채우고 잉어 두 마리, 금붕어 세 마리를 넣었더니, 잘 적응하는 것이다. 이후 수초를 사서 심고 했던 것이 지난해 가을 무렵이었다. 모기 유충 등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도 넣고, 추가로 금붕어를 더 넣고 마을 앞 하천에서 다슬기, 고동 등도 잡아 넣었다.
작은 연못이지만 물 깊이가 1.5미터 정도 되고 해서 고기들이 살아가기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며칠간 물이 꽁꽁 얼기도 했지만, 올해 봄이 되니 죽은 것 같았던 수초가 새 싹을 틔우고 금붕어 등도 잘 견뎌서 이제 연못은 제법 수초와 물고기 등이 한데 어울러 살아가는 생태환경공간으로 제법 자리를 잡았다.
봄부터 돋아나기 시작한 연꽃잎들 사이로 얼마 전에는 연꽃대가 하나 비죽 올라와 꽃봉오리를 맺었고, 창포꽃까지 피었다. 연못 둘레에 심은 호박이 쑥쑥 자라 연못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연못에는 실잠자리가 와서 짝짓기도 하고, 이 공간을 중심으로 수많은 생명체들이 새롭게 깃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