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에 대구시민들도 동참해 달라"

[현장] 세월호 추모 촛불 밝힌 대구... 안산 단원고 학부모 눈물로 호소

등록 2014.06.14 13:17수정 2014.06.1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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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렸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렸다. 조정훈

"평범하게 살아가는 저희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겼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굳은 결심이 저희를 일어나게 했습니다. 마냥 슬픔만 안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다 살릴 수 있었던 소중한 생명을 눈뜨고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런 어이없는 일들이 대한민국 이 땅에서 더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이들과 세월호 모든 희생자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자녀들을 하루아침에 잃고 깊은 슬픔에 빠졌던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학부모들이 대구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 문화제에 참석했다.

단원고 학부모 9명은 13일 오후 4시 30분부터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에게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눈물로 호소하고 7시부터 열린 촛불 문화제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반드시 밝히겠습니다'는 주제로 6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진상규명'이 적힌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정부의 무능을 규탄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구에서 세월호 촛불이 밝혀진 이후 가장 많이 참석했다.

발언에 나선 오기섭 목사(대구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는데 우리들의 위로가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정말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이어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원인은 고속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하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축적돼 일어난 것"이라며 "대통령이 TV에 나와 클로즈업시키며 눈물이나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려 많은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었다.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촛불문화제가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려 많은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었다.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정훈

고 한세영양의 아버지가 딸의 웃는 모습과 살려달라는 마지막 문자메시지, 아버지의 절절한 글을 적은 내용 등으로 만든 '사랑해 영원히' 추모동영상이 상영되자 시민들에게 서명을 호소하던 유가족들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앉아버렸다. 이들은 큰 소리로 흐느끼며 슬프게 울었다.

동영상을 보던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일부 참가자들은 크게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구백화점 앞을 지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동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안산단원고 2학년 2반 학부모 9명이 대구에서 열린 진상규명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 조서우군의 아버지 조혁문씨가 발언하는 도중 학부모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안산단원고 2학년 2반 학부모 9명이 대구에서 열린 진상규명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 조서우군의 아버지 조혁문씨가 발언하는 도중 학부모들은 울음을 터뜨렸다.조정훈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촛불문화제에서 대구시립무용단 단원들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촛불문화제에서 대구시립무용단 단원들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조정훈

고 조서우군의 아버지 조혁문씨는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도 해경의 기다리라는 말에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며 "잠을 잘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만 원하던 구출소식은 들리지 않고 하나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조씨는 "아이들과 세월호 모든 희생자분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고 싶다"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규명을 위해 대구시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대구대책위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서명받은 8700여 명의 서명지를 단원고 학부모들에게 전하고 위로했다. 단원고 학부모들은 허리를 굽혀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대구시립무용단 송경찬씨와 김분선씨는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희생자들과 아직도 행방을 찾지 못한 실종자들을 위로하는 무용을 선보였다. 송경찬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무용으로 만들었는데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분들에게 바치는 무용이 되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조정훈

약 1시간 30분여 행사를 마친 시민들은 촛불과 손 피켓을 들고 대구백화점 앞에서 중앙파출소와 한일극장을 거쳐 동성로 일대를 한 바퀴 돌아오는 침묵 행진을 벌였다. 이들의 침묵 행진에 거리를 지나던 학생들도 함께 따라 걸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한편 세월호 대책위는 매일 대구백화점 앞과 한일극장 앞에서 서명을 받으며 추모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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