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자 의료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서 병상자원 부족 문제가 표면화되었다. 의료취약지역의 병상자원 확충에 대한 대통령 특별 지시의 영향으로 민간기업에서 비영리재단을 설립하여 농어촌지역에 병원을 신축하였다. 1980년대 초부터는 해외차관과 정책금융을 동원하여 아래와 같이 본격적인 병상자원 확충을 시도하였는데, 민간의료기관의 신·증축 지원이 주된 대상이었다.
새사연
생각해보자. 의료기관은 이렇듯 대부분 공적자금으로 성장해왔다. 이 자산을 이용해서 부동산 사업과 기타 수익 사업을 마음대로 하게 했다. 모법인인 비영리법인을 등에 업은 영리자회사는 여기에서 나는 수익을 공익목적에 사용한다고 의료기관에 넘기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
연세의료원은 자회사인 안연케어를 통해 독점적 의료계약으로 연 100억 원 이상 수익을 냈다. 그러나 이를 기부금을 내는 식으로 해서 세금을 회피해왔다. 감사 결과, 지난해 이해당사자의 의약품 독점 공급은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고 지적받았지만 올해 초 연세의료원이 지분의 51%를 매각하면서 법망을 피해갔다. 새롭게 매각한 회사와 13년 동안의 독점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모든 영역의 부대사업을 통해 이런 일이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의료사업으로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는 병원은 병상을 줄이고 임대 공간을 늘리면 된다. 현재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은 자산을 청산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정부 계획안 대로 하면 건물 임대를 통해 자산을 합법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최소한의 병상만 남겨두면 되는 것이다. 자회사까지 설립하게 된다면 자회사를 통해 투자를 받아 병원을 낀 메디텔을 짓고 대부분을 임대업으로 돌려도 아무 문제없다. 이것이 박근혜가 말하는 진정한 창조경제인가?
중소병원 경영난 때문에? 대형병원 수익 사업 길 터준 것 정부는 영리자회사와 부대사업을 허용하는 것이 연세의료원, 삼성병원, 아산병원 등과 같은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기관과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의료법인을 위한 법개정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현행법상 비영리법인과 의료기관의 수익활동에 대한 법은 매우 허술하다. 각각의 특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데다 세부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그 틈을 타 일부 대형병원들은 앞다퉈 수익사업을 벌여왔고 자회사를 두고 불공정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의료기관은 의료법인이 아니더라도 큰 틀에서 의료법의 규제를 받고 있고, 의료법상 허용하지 않던 부대사업을 할 수는 없었다. 현재 의료법인이 아닌 그 어떤 법인의료기관도 헬스장이나 수영장, 숙박업 등을 못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정부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의료법인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형병원 수익 사업의 길을 터준 것이다. 자회사는 그 결정체이다. 지금까지 대형병원의 자회사는 불법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논란 속에 의료기기, 의약품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되어 왔다. 하지만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며 제출한 가이드라인 뒤에 숨어 실질적으로 영리사업을 허용해주었다. 가이드라인은 아무런 법적 규제가 되지 못하는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이고, 핵심은 "영리자회사 허용"이다.
의료법 개정 절차를 무시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던져놓았을 뿐, 사실상은 영리자회사를 가능케 하고, 영리자회사가 가능한 사업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장시킨 것이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이다. 이로써 대형병원은 호텔, 수영장, 백화점, 찜질방, 여행사, 건물임대업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중요한 것은 직영하거나 모법인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할 경우, 세금까지 포탈할 수 있는 날개마저 달아줬다는 점이다. 경영이 어려워서 자동차보험이나 실비보험에 기대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남발하고 있는 중소병원은 건물임대업으로 부동산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환자는 빠졌다이 모든 장밋빛 전망에 '환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접근성이 좋은 동네 병원은 돈 되는 상가만 대거 임대해 갈 만한 병원이 없어지게 된다. 멀고 비싼 대형병원은 가기만 하면 의사가 추천하는 각종 식품, 의료기기, 환자복과 침구류를 강매받는다. 의사가 좋은 치료법이라고 아쿠아로빅이나 헬스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강권하는데 어떤 환자가 거부할 수 있을까? 환자와 보호자는 기본적 휴게공간도 없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과 편의시설도 병원에서는 찾기 힘들어진다.
양극화로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다. 반면 노인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층의 절반은 빈곤층이다. 비싸지는 의료비를 감당하려면 민간보험에 들거나 직접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전부 비싸지면 이들은 어쩌나. 그저 그냥 견딜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정부의 정책이 가져올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의료민영화만큼은 막아야 한다. 공적자금으로 쌓아온 자산을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주면 안 된다. 국가는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고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걸 왜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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