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하여 은사로 살아가는 것

[디카詩로 여는 세상 31] <상부 형님>

등록 2014.06.18 19:00수정 2014.06.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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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커피집에서
고성 커피집에서이상옥

      무목적성의 목적 같다
       이데올로기 없는 꽃 같다
       하얀 커피잔 같다
                    -이상옥 디카시 <상부 형님>


요즘 경남 고성읍에 자주 나가서 고향의 지인들과 자주 차를 마신다. 어제도 상부 형님이 퇴근 후 저녁을 같이 하자고 했다. 고성읍 쌈밥집에서 소설 <조선의 잔다르크 월이>로 유명한 정해룡 시인과 상부 형님, 나 셋이서 저녁을 먹고 커피집에 커피를 같이 마셨다. 지지난 번에는 고성문화원 구영호 사무국장과 같이 차를 마셨으니, 그러고 보니 고성읍내 출입이 잦다. 그만큼 나도 유유자적하게 산다는 것일 터. 

상부 형님은 고성 출신으로 경남고와 부산대 상대를 거쳐서 직장에서 명예롭게 정년퇴임한 후에는 다른 곳에 기웃거리지 않고 귀향하여 유유자적하는 삶을 산다. 어제는 정해룡 시인과 두 분이 성당에 가는 날이라 좀 일찍 나와서 나를 불러 저녁을 같이 먹자 한 것이다.

고성에 살면서 문화계 인사와 지인을 만나는 즐거움

같이 차를 마시고 두 분은 성당으로 가고, 나는 시골집으로 갔는데, 그 발걸음이 그렇게 편안하던지. 아마 사람의 향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 고성에 살면서 여러 문화계 인사들과 지인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상부 형님은 최근 정해룡 시인의 소개로 만났는데, 인사를 하고 보니, 집안 형님 되는 분이어서, 몇 번 만나고 가까이 지내다보니 스스럼없이 이제 '형님'이라고 부른다.

상부 형님에 대해서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어에 능통하고, 식견도 높아서 대화를 하면 여러 가지 많이 배우게 된다. 비교적 낯 갈임이 심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썩 즐겨하지 않는 나지만, 이상하게도 상부 형님과는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편하고 좋다.


그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당시 고성에서 부산의 경남고에 합격하려면 수재가 아니면 안 됐는데, 고성 시골 출신으로 경남고에 합격하고 또 부산대 상대를 졸업한 것으로 보면, 상부 형님은 당시 최고 엘리트였던 셈이다. 고성읍내 찻집에서 필부필부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스마트폰 얘기를 하며 차를 마시는 저녁 무렵의 시간이 황금 같이 여겨지는 게 우연이 아니다.

차를 마시는 저녁 무렵의 황금 같은 시간


상부 형님 같은 분은 명예욕이나 권력욕이나 재물욕 등 모든 것을 다 비워내서 마음이 한없이 가난해져 눈빛이나 몸짓이 자못 선하게만 보인다.

요즘 세상이 참 시끄럽다. 얼마 전에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저는 오늘 국무총리 후보직에서 사퇴합니다 ...(중략)...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한 시민으로 돌아가 조용히 지내려 합니다"라면서 사퇴했는데, 이어서 지명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퇴 여론도 정점을 찍고 있는 듯하다.

적임자라고 천거된 사람들 중 인사 검증을 해보면 의외로 결함이 더 크게 드러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신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든 털다보면 치부가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련의 인사파동을 보며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부 형님처럼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했으면 더 욕심 부리지 말고 귀향하여 은사로 살아가는 편이 옳은 듯하다.

정말 적임자는 은사로 숨어 있어 찾기도 힘들고, 설령 어렵게 찾아냈다 할지라도 고사할 것이 분명하고, 스스로 해보겠다고 나서는 분은 줄줄이 낙마하니 인사권자의 고심도 짐작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이제는 채호석 교수가 쓴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두리미디어, 2009)에 새로운 시문학의 한 장르로 소개되어 있을 만큼 대중화되었다. 디카시는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날시)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순간 소통을 지향한다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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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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