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관리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대리주차 노동자. 그는 점심식사도, 휴식도, 스트레칭도 주차관리실 안에서만 했다. 주차관리실에 어울리지 않는 가죽소파는 근처 주택가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것을 주워온 것이다.
원승연
실장이 된 바로 다음 날, 사고를 냈다. 내가 몰던 차의 뒤범퍼가 주차돼 있던 다른 차의 앞 범퍼에 부딪혔다. 내가 받는 임금으로는 2년 넘게,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서,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는 차가 뭔가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런 곤혹스러움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사고는 가벼웠지만, 수리비는 무거웠다. 범퍼 하나를 수리하는 데는 그곳에서 하루 9시간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 필요했다. 180시간 노동의 대가가 독일에서 왔다는 고철판 하나를 교체하는 비용밖에 되지 않았다. 보험처리가 되고도 내가 내야 했던 자기분담금은 50만 원. 다행히도 이 돈은 나를 파견한 용역회사가 부담했다.
그날부터 나는 차가 무서워졌다. 매번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사고의 공포에 시달렸다. 친구에게 소개를 받지 않았다면 당장 그만두고 싶었다. 차는 분명 사람을 위해 있는 건데, 그곳에서 나는 차를 위해 존재했다.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이 녀석은 그저 사람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기계일 뿐, 난 요령껏 다루면 그만이야'라고 다짐했지만, 늘 차가 다칠까봐 조마조마했다. 나는 그곳에서 '차가 긁히는 것보다는 내가 살짝 긁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싸겠다'라는 생각을 난생 처음 해봤다.
내가 낸 사고는 최근 한 달 반 사이 네 번째로 일어난 사고로 기록됐다. 사고가 난 뒤 일이 힘들어서 떠난 실장도 같은 기간에 세 명이나 있었다. 짧은 기간에 네 번째 신입 실장이 된 내가 네 번째 사고를 친 것이었다. 사고가 난 날부터 나는 센터 밖 길 건너 언덕에 있는 외부주차장을 '미친 듯이' 오갔다. 이것은 대리주차 업무 중 하나였다.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발바닥을 흠씬 두들겨 맞은 듯 아팠다. 집에 돌아가서 잠자리에 누웠을 때는 불에 댄 듯 쓰리고 쑤셨다. 자려고 눈을 감는데, 나도 몰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둘째 날, 감각이 무뎌진 발바닥을 질질 끌며 일했다. 고참 실장이 언덕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퇴근하라고 했을 때, '또 나보고 언덕에 가라고?'라고 생각하며 차에 올라탔다. 후진을 하다가 '쿵' 소리가 났다. 차가 뜻하지 않은 지점에서 멈추면서 내 생각도 함께 멈췄다.
이후 '또다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다. 일이 지나치게 많고 일손이 부족한 게 문제인데, 센터 안에 차가 밀리면 모든 책임은 신기하게도 실장이 게으르고 무능력한 탓이 됐다. 나는 이 구조적 문제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한때는 신앙의 힘으로 이 문제를 극복하려 했다. 차에 앉을 때마다 사고가 나지 않길 기도했다.
월차 보장도 안 돼... 사고가 나지 않는 게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