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변 자전거 길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진중 습지 공원 혹은 뱃나들이들.
김종성
집에서 서울 한강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남양주, 가평, 강촌을 지나 자전거길이 이어진 춘천 공지천 유원지까지 100km가 조금 넘는다. 자전거로 한강, 남한강을 지나 북한강변, 의암호수를 지나는 긴 거리다. 아침 나절부터 부지런히 달리면 넉넉잡고 6시간 후 도착할 거리지만 날도 더운데 기를 쓰고 달리기보다는 아름다운 북한강변을 좀 더 여유롭게 달리고 싶었다.
때마침 중간 정도인 가평군에 캠핑장이 있는 자라섬이 있어, '춘천 가는 1박 2일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가평과 춘천, 북한강변에도 먹을 데는 많으니 취사도구는 빼고 자전거에 집(텐트)만 싣자 자전거 캠핑 여행이 한결 가뿐하다. 여름날의 캠핑여행엔 두꺼운 침낭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니 더욱 좋다.
평소 자전거 출퇴근길, 운동이나 주말의 레저로 이용하던 한강 자전거도로를 여행삼아 달리자니 뭔가 달라 보였다. 낚시하는 아저씨들은 어떤 물고기를 낚았을까 궁금하고,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달리는 자전거 라이더의 음악을 즐거이 감상하게 되는가 하면, 노랗게 피어난 길섶의 예쁜 여름 들꽃 '금계국'도 춘천 여행을 환송해주는 것 같다.
한강 자전거도로와 이어진 남양주시 팔당역을 지나면서 남한강변에 들어서자 비로소 여행을 떠나 왔구나 실감이 들었다. 거대한 수족관 혹은 수로처럼 느껴지는 강 비스 무리한 한강과 달리 남한강은 살아 있는 '강물의 빛'과 운치를 띄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남한강변에 이어진 자전거도로는 중앙선 기차가 달렸던 철길이다. 이제 기차가 서지 않지만 자전거 여행자들의 쉼터로 사랑을 받는 간이역 능내역은 이 길의 명소.
간이역의 옛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이자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작은 식당, 기차 카페까지 거느리고 있다. 북한강변 자전거도로에도 있는 기차가 지나갔던 시커먼 터널 속을 안전하고 시원하게 달리는 것도 이 길의 즐거움이다. 능내역을 지나 운길산역에 닿으면 비로소 북한강이 장쾌하게 나타난다. 자전거로 한강에서 남한강을 지나 북한강까지 3개의 강을 지나다니 웬지 뿌듯하다.
운길산역 앞 북한강변 들머리엔 '물의 정원'이라는 아름다운 진중 습지 공원이 있다. 진중 습지는 예부터 배가 드나들던 곳으로, '뱃나들이들'이라는 정겨운 지명이 전해진다. 북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풍성하고 자연스러운 습지이다. 굳이 구도를 잡으며 찍지 않아도 저절로 사진 속에 그려지는 강변 풍경을 볼 수 있다. 강변 습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공구리 길'이 아닌 흙길이어서 더욱 좋았다.
북한강의 낭만 캠핑장, 자라섬에서의 하룻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