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괴담> 책표지.
글통
- 반갑습니다. <의료괴담>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책이 나온 뒤 독자들 반응이 어떤지요.
김철신 원장(아래 김) : "의료계나 보건의료단체에 계신 분들이 좋은 평을 해주셨습니다. 그간 영리병원에 관한 이야기들이 딱딱하거나, 미국 등의 사례만을 언급해 구체적으로 와 닿는 점이 부족했는데, 이번 책에 생생한 국내 사례가 많고, 대화하듯 풀어 써서 읽기 쉽고 재미 있었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홍기표 대표(아래 홍) : "제목을 보고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좀 있었습니다. 특히 책이 나올 시점이 의사협회가 의료민영화 반대를 이유로 의사파업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시점이라 더 관심을 모았던 것 같습니다."
- 홍 대표님께서는 김 원장님을 만나면서 의료민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홍 : "한국의 의료제도, 가령 1인1병원 소유 원칙 같은 제도들이 왜 도입·운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행위의 경우, 철저히 환자에 대한 의사의 책임감이 중요한데, 의사 한 사람이 여러 병원을 소유할 경우 이 같은 의료의 책임성이 방기되고, 단순히 상업적인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거죠."
- 김 원장님께서는 몇몇 기업형사무장 치과로부터 억대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김 :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여러 번 당했습니다. 영리병원이나 기업형사무장 치과에 관한 제 인터뷰와 글 내용이 명예훼손이라는 것이죠. 다행히, 아니 당연하게도 모두 승소했습니다. 제 주장이 사실에 부합하고 공익에 기반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런데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승소 가능성이 없는 줄 알면서도 소송을 고등법원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이런 소송을 당하면 두렵기도 하고 큰 불편을 겪는데요. 그런 이유들 때문에 기업형사무장 치과를 비판하기가 어려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점을 노린 것이겠죠. 못된 기업들이 시민단체나 노동자들에게 마구잡이로 소송을 하듯이 말입니다."
- 책을 보면 기업형사무장 치과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가 많습니다. 두 개면 되는 임플란트를 아홉 개나 하게 한 예가 대표적인데요. 일반치과의 사무장과 기업형치과의 사무장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구별해 주세요.김 : "일반 치과들 중 사무장을 고용하여 그야말로 필요한 사무를 보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업형사무장 치과에서는 사무장이 치과의 주인이나 책임자가 됩니다. 이들의 의사고용계약서를 보면 의사는 병원의 서류상 주인으로 등재되지만 진료·인사·의약품 구매 등 모든 부문에서 실질적인 권한은 실장이라는 이름의 사무장이나 관리자에게 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무를 도와주는 의미의 사무장이 아니라 의사를 과잉진료나 비윤리적인 수익 추구로 내모는 진짜 주인 역할을 하는 사무장인 셈이죠. 그런 내용을 버젓이 계약서에까지 적어 작성해서 보관하고 있고요.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 독자들이 네트워크식 프랜차이즈형 치과와 기업형사무장 치과를 혼동할 것 같습니다.김 :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네트워크 치과와 상관이 없습니다. 네트워크 치과는 공동으로 세미나도 하고 재료도 구매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점이 많죠.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전혀 다릅니다. 미국 영리병원 체인들처럼 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해 노동을 착취하거나 비인가 재료를 사용합니다. 반면 경영진 보수와 홍보 비용은 어마어마하죠.
이들도 그렇습니다. 저질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과도한 진료비를 받고 있습니다. 진료의 질에 비한다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죠. 의료는 대표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아주 강한 분야입니다. 소비자가 의료의 질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이 임플란트가 제대로 되었는지, 적정한 곳에 적정한 수가 시술되었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이 평가하기에 대다수 기업형사무장 치과는 그야말로 거짓 선전으로 폭리를 취하는 집단입니다. 실제로 그 소유주는 어마어마한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 치협 조사에 의하면 이들은 우리나라 모든 국립대 치과병원의 수익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 기업형사무장 병원은 미끼상품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본전 뽑기를 하는 등의 부적절한 마케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일반 환자들이 기업형사무장 병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김 : "그렇습니다. 의료 분야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의료진의 윤리의식이나 의료를 둘러싼 올바른 제도적 장치,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더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안심하고 건강하게 병원을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기업형사무장 병원이 결국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군요. 그 연결 관계와 함께 영리법인병원이 가져올 문제를 간단히 짚어 주셨으면 합니다.김 : "기업형사무장 병원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용어지요. 달리 말해 영리병원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그 사무장은 그냥 CEO나 경영진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병원 투자자 말입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영리병원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나친 수익 추구로 인해 ▲ 의료비 상승 ▲ 의료사고 발생 ▲ 의료기관 양극화 ▲ 상업적 의료 만연 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