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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해마다 돌아와도, 사람은 돌아오질 않아."
멀리 활짝 피어난 꽃 한 송이에, 평상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무심결에 던진 말이다. 그것은 예전에 이곳 구월동 단풍나무 평상 주변 빌라에 살던 송아무개 할머니가 기르던 꽃이었다. 헌데 할머니는 얼마 전에 돌아가시고 화분만 덩그러니 남아, 저토록 화사한 꽃을 피워냈다.
예전에는 싱그러운 꽃과 채소들로 그 주변이 생기가 넘쳤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화단은 잡초로 무성했다. 그 와중에 피어난 꽃 한 송이는 우거진 잡초 속에서 홍일점이 되어 더욱 붉은 선홍빛으로 빛났다.
손자와 함께 살고 있던 할머니라고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갑자기 썰렁해진 그 공간을 소년 혼자서 채우기엔 버거웠다. 잡초가 무성한 화단에 홀로 핀 꽃처럼, 소년 또한 적막한 빌라의 한 공간 속에서 홀로 꽃을 피우기 위해 애썼다.
결국 혼자서 공간의 적막함을 이기지 못한 소년은 친척을 따라갔다고 했다. 우리가 보는 그 공간은 그렇게 버려진 공간이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고 오래된 빌라에 마을공동체가 살아있었더라면, 버려진 화단이 생겨났을까?, 남겨진 외로움으로 힘없이 떠나야만 했던 소년이 생겨났을까?
영혼은 그 공간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맴돌았을 것이다. 꽃은 혼자 남겨진 손자를 지키기 위해 핀 할머니의 영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원의 모빌
우리가 그곳에서 어머님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시간은 짧은 한 해였다. 제한된 기간과 부족한 우리들의 역량에 모임은 한시적이고 미흡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작은 공동체가 이루어졌을 때, 작은 문제들이 해결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할머니들은 모여서 그동안 해결할 수 없었던 '수도세'와 '수도공사 문제'를 해결했고,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함께 움직였다. 또한 작게나마 함께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소원의 모빌'은 그동안 함부로 평상을 밟고 뛰어다니는 학생들에게도 공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평상을 이용하는 할머니들의 소소한 소원을 그린 모빌은 단풍나무 가지에 다래다래 매달려 북적이던 한여름을 추억 할 수 있는 열매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2013년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인천 구월동에서 '틈만나면 프로젝트'를 진행시켰었습니다. 기사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매주 한 편씩 연재 하고자 합니다. 본 기사는 [틈만나면 단풍나무 평상 이야기] 네 번째 이야기 입니다. 또한 이 글은 '만만한 뉴스'에도 중복 송고하고 있습니다. (작가 : 문성예, 고아람, 이승훈)
2014.06.20 10:58 | ⓒ 2014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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