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마루에 편안하게 앉아 마시는 冷오미자차의 맛이 더욱 시원하다.
김종성
안방 천장 위를 다락방 혹은 벽장 개념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계단이 내려와서 올라갈 수 있다. 한옥의 단점인 수납공간을 천정 속 빈 공간을 다락방으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후일 한옥집에서 살 게 된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잊지 않고 써먹어야겠다.
화장실과 부엌, 지하의 주거 공간은 현대적인 기능을 접목했다. 재래 한옥에서 불편하던 점이 화장실과 주방이다. 심심헌은 아파트처럼 주방과 화장실을 모두 실내에 들였다.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현대에서 어떻게 한옥을 활용하고 주거 공간으로 써야할지 가이드를 제시해 주는 집이다. 불편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재래식 집이라는 인식을 벗어 던진 세련된 '모던 한옥'이다.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고가구와 소품들도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져 있다. 대청마루에 서면 종로 일대와 저 멀리 남산 타워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고, 누마루에서는 마당에 심어진 소나무와 그 너머의 가회동 한옥주택 일대의 기와 물결을 볼 수 있다. 특히 집 방 안에 들어서서 창밖을 보면 창틀 안에 소나무 한 그루가 들어온다.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다. 한옥의 미적인 아름다움과 매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팔을 벌리면 쏙 안길 것 같은 작은 한옥집이지만 들어와 있으면 어떤 안정감과 충만감이 드는 한옥집이다.
한옥에서 조용히 쉬기를 원했던 집 주인은 해가 갈수록 시끌시끌해지는 한옥 골목에서 예전의 소망이었던 차분한 휴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기왕 공들여 지은 한옥이니 이 골목을 찾아온 분들에게 제대로 집 구경의 기회를 공유하고자 개방 한옥을 결심 하게 되었다.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문화재를 지키고자 하는 국제적인 민간기구)와 협력해 심심헌의 운영방안을 함께 모색하였고 여러 가지 의논을 거쳐 개방하게 되었다고.
북촌을 찾는 외국인이 사람이 사는 제대로 된 한옥을 보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약간 비싸게 느껴지는 입장료 만원은 차 한 잔이 포함된 가격이다. (내셔날 트러스트 회원은 회원증을 제시하시면 30% 할인받음) 같이 간 친구와 시원한 오미자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다보니 일찍 찾아온 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옥 마당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던 어느 외국인 관광객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한옥 심심헌이 경복궁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고 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조용히 쉬어가며 대청마루에서 시원한 차도 마시고 한옥에 담긴 옛 이야기도 들으며 여유로이 우리 옛집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몰리는 주말에 갈 땐 미리 방문예약 전화를 하면 더욱 여유롭게 '심심헌'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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