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球공 구(球)는 구슬 옥(玉)과 구할 구(求)가 결합된 형태로, 원뜻은 ‘아름다운 구슬’을 이르는 말인데, 그 의미가 확대되어 ‘공’도 지칭하게 되었다.
漢典
온 국민이 하나되어 월드컵 축구경기를 응원하는 것을 중국 친구들은 매우 부러워한다. 유독 축구에 약한 중국대표팀이 번번이 지역 예선에서 탈락한 탓도 있겠지만, 워낙 인구가 많고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하나의 이슈에 우리처럼 단합되기 힘든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2.5g의 탁구공으로 냉전의 벽을 무너뜨리고 데탕트(긴장 완화)를 가져온 '핑퐁외교(乒乓外交)'를 중국인들은 흔히 "작은 공으로 큰 공을 움직였다(小球轉動大球)"고 평가한다.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구권대회에 참가한 미국선수단을 중국으로 초청한 것을 계기로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 1979년에는 양국간 정식 국교수립이 성사된다. 스포츠 교류협력이 적대관계에 있는 진영간의 화해협력에 얼마나 유용한 도구로 작동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공 구(球, qiú)는 구슬 옥(玉)과 구할 구(求)가 결합된 형태로, 원뜻은 '아름다운 구슬'을 이르는 말인데, 그 의미가 확대되어 구슬처럼 둥근 '공'도 지칭하게 된 걸로 보인다. 구슬 옥(玉)변으로 이뤄진 대다수의 글자는 모두 다양한 형태의 옥의 종류를 나타낸다. 구(求)는 '짐승 가죽으로 만든 털옷'의 상형인데, 전국시대부터 행해진 축국(蹴鞠, 축구의 원형 형태의 경기)의 공은 처음에는 꿩의 깃털이 달린 형태에서 점차 동물의 오줌보나 가죽을 이용한 것으로 변모했다.
중국의 고궁이나 식당 입구에는 한 쌍의 돌사자가 놓여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왼쪽에 놓여 있는 수컷은 오른발로 구슬을, 오른쪽의 암컷은 왼발로 아기사자에게 젖을 먹이는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있다. 여기서 '구슬'은 중국 전통놀이인 용무(龍舞)나 사자춤(獅子舞)에서 볼 수 있듯이, 여의주처럼 어떤 목표나 소망하는 바를 나타낸다. 고궁이라면 왕의 권력이나 명예일테고, 식당이라면 부(富)에 대한 소망일 것이다. 그래서 한 쌍의 돌사자는 권력, 명예, 부가 아기사자를 통해 자자손손 이어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약 1500만명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장족(壯族)에게는 높은 곳에서 여자가 수놓은 공을 던지면(抛繡球), 아래에서 그 공을 받은 사람이 그 여자와 결혼하는 전통 풍습이 있는데, 아직도 전통놀이로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절 정부 산하기관의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가 많았는데, 여기서 '공을 서로 차 떠넘기다(踢皮球)'는 말이 생겨났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滾雪球) 부패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정부가 제도 개선과 시스템 정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