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자료사진)
유성호
우리은행이 올해 안에 매각된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다. 정부는 그동안 세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우리은행의 정부 지분 가운데 30%를 인수하는 업체가 경영권을 가지게 된다. 금액은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지분의 경우 희망수량에 따라 경쟁입찰을 실시한다.
23일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우리은행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보고받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과거 병행 매각과 일괄 매각 방식으로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과 지방은행 지분을 동시에 파는 병행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그룹을 통째로 넘기는 일괄 매각을 추진했지만 유효경쟁이 되지 않아 무산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매각에 사활을 건 상태다. 정부는 우리금융에 12조8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난 5월 말 현재 5조8000억 원을 회수했다.
이날 신 위원장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더블트랙 방식, 콜옵션 등 새로 시도되는 방식인 만큼 추진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해 나간다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금융 민영화는 외환위기 이후 13년을 끌어온 해묵은 과제"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민영화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지난 1년간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민영화를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성공적인 우리금융 민영화는 분명 우리 금융 역사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며, 2008년 금융위기로 은행 국유화를 경험한 국제사회에도 좋은 사례를 보여줄 것"이라며 매각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교보생명, 우리은행 인수 나설듯...그러나 또 다른 의향자 없으면 매각 차질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지닌 우리은행 지분 56.97% 가운데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30%를 통매각하고 나머지 26.97%는 높은 값을 제시한 입찰자 순으로 각자 희망하는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인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팔기로 했다.
예금보험공사의 30% 지분 매각의 경우 2곳 이상의 인수 참여자가 나타나야 법적 유효 경쟁이 성립한다. 시장에서는 이미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나머지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경영권 지분 매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박상용 공자위 민간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10년부터) 3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유효경쟁이 성립한다면 개인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가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상황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권 30% 인수를 희망하는 곳은 아직 (교보) 한 군데 뿐이지만 앞으로 합종연횡 등을 통해 다른 인수 희망자가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희망수량 경쟁입찰 참여자에게는 1주당 0.5주의 지분을 추가로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부여할 방침이다.
콜옵션 권리란 주가가 오를 경우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오는 11월말까지 일반 경쟁입찰과 희망수량경쟁입찰을 마감하며, 경영권 지분 매각 최종 입찰대상자 선정과 소수 지분 매각 낙찰자 선정을 올해 안에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내년 초 경영권지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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