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원전' 찰칵!지난 22일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회원대회를 개최, 경주 월성원자력본부 앞에서 노후원전 폐쇄를 주장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정대희
환경운동가들 경주로 모이다 지난 22일 도착한 경주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후 6시 즈음, 안개에 뒤덮인 희뿌연 거리를 가로질러 모임 장소인 경주 보문 청소년수련관에 다다랐다. 각지에서 모여든 환경운동가들이 서로 인사를 하느라 바쁘다. 일반인 신분인 기자만 데면데면하다.
오후 7시 30분, 저녁식사를 마치고 배정된 방에서 쉬다 강당으로 향했다. 고백하건대 이날 행사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환경운동가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딱딱한 분위기에 고리타분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자리로 생각했다.
강당에 들어서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회원들이 가득하다. 벽면을 따라 각 지역별 활동사진을 담은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강당 한편 바닥에 깔개를 놓고 주저앉았다. 웅성거리는 목소리를 비집고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졸지만 말자"오후 8시, 회원총회서 '탈핵결의문'이 채택됐다. 올해 중점사업 중 하나로 노후 원전 폐쇄를 위한 활동이 결정됐다. 곧이어 각 지역서 선발된 회원들이 단상에 올라 탈핵결의문을 나눠 읽는다. 첫 소절을 읊는 남자아이의 머리 위로 '대한민국, 원전에서 안전으로~ 끝'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띈다.
오후 9시, 회원 장기자랑대회가 열리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별 것도 아닌 일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오던 강당 안은 별 일이 생기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생소한 풍경이다.
첫 무대는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소속 원로들의 몫이었다. 선곡은 트로트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한 '탈핵송(Song)'이다. 전주가 흐르고 무대 뒤편 스크린에 가사가 뜨자 삼인방의 노래가 갑자기 '떼창'으로 바뀌었다. 한바탕 축제의 서막을 울리는 신호탄이었다.
오후 10시 45분, 예정된 행사가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곡은 이태리 민요 '벨라 차오(bell ciao)'이다. 이 곡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에 저항하던 파르티잔들의 노래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선 참석자들이 익숙한 노래인 듯 후렴구 "오~벨라 차오, 벨라 차오, 벨라 차오~차오! 차오! 차오!"를 따라 부른다. '졸지만 말자'고 다짐했던 기자도 어느 틈엔가 축제를 즐기는 한 사람이 돼 "벨라 차오"를 외쳤다.
밤 11시, 강당 곳곳에 뒤풀이 자리가 마련됐다. 한 무리 틈에 섞여 가부좌 자세를 틀고 앉자 이윽고 술잔이 코밑으로 다가왔다. 받아든 술잔을 '홀짝홀짝' 마시며, 넋두리를 풀어놓는다. 그 순간, 사방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노랫가락이 귓가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