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 이번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발언 보도를 KBS가 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더 정권에서는 KBS를 놔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KBS의 상대적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했을 때 이렇게 영향력이 큰 KBS를 정권이 '방치'하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오는 8월 29일부터 시행되는 방송법개정안에는 'KBS 낙하산 사장 방지'를 위해 사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했고 인사청문회도 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장 선임과정에는 적용되지 않겠지만, 그 법 정신은 유효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정치적으로 압박한다고 해도 KBS 이사회에서 문창극씨나 박효종씨 같은 '친일'문제나 '이념편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람을 임명제청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 김재철 전 사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안광한씨가 MBC 사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KBS도 길 사장 라인 인사가 사장으로 올 가능성이 있나요?"여러 가지로 MBC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우선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장의 임기가 내년 10월까지로 1년 3개월여에 불과하단 말이죠. 이 기간을 채우기 위해 새로 사장을 선임하느니 차라리 내부에서 승진시켜 KBS를 '연착륙' 시키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렇다면 길 전 사장이 임명한 전·현직 본부장이나 현재 부사장들이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현재와 같은 7:4의 이사회 구조에서 방송독립을 지키는 사장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7:4 구조임에도 길 전 사장 해임제청안이 가결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건은 권력이 어느 수준에서 개입할 것이냐에 있겠죠. 지금 정황으로 보나 여권 이사들의 구성으로 보나 특정 권력이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다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야권이나 소수 이사들이 원하는 최선의 사장을 모시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낙하산'이나 정치권 인사가 내려오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사장 선임 구조를 특별 다수제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는데요."지난 번 사장 선임과정에서도 제기되었던 문제이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된 바 있습니다. 특별 다수제는 방송법을 개정해서 사장선임의 의결정족수를 별도로 규정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여야가 합의에 실패했고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정관개정을 통해 특별 다수제를 할 수도 있는 데, 정관개정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사항이라 쉽지 않습니다.
정관개정 요청을 해도 상위법과 충돌한다고 방통위가 승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밖에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문제는 이사회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사추위 역시 이사들의 의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여야동수의 의미 있는 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사장 선임 구조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에서도 손을 안 댔는데 그때도 정부가 언론을 장악할 의도였는지 아니면 신경을 안 쓴 건가요?"그때 손을 안 댄 것이 아니라 그때 현재의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과거 어느 정부도 신뢰도가 높고 영향력이 강한 공영방송 KBS를 '해방구'로 둔 적은 없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상식적 합당성이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되느냐 하는 점과 선임 이후에 얼마나 '간섭'하느냐 하는 점일 겁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최소한 "KBS 사장에게는 전화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길 전 사장이 문제가 된 것은 사장이 본부장, 국장, 부장, CP 다 무시하고 '사사건건' 개입했다는 점이었습니다."
- 앞으로 사장 선임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방송법에 사장 등 유고 발생 시 30일 이내에 후임을 임명제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장 임명제청을 위한 공고는 이미 나갔고, 오는 30일까지 후보자를 접수합니다. 후보자의 수에 따라 서류심사, 면접심사 절차는 달라질 수 있고, 이 문제는 25일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입니다. 30일 접수마감 이후에 서류심사, 면접 등을 통해 후보자 1인을 선출하여 7월 10일 전에 청와대에 임명을 제청하는 것으로 이사회의 사장선임 절차는 마무리됩니다."
- 문창극 사태로 인해 언론, 특히 공영방송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공직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검증은 언론은 당연한 임무입니다. 특히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문창극씨에 대한 KBS의 문제 제기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파급력이 큰 것은 지금 대다수의 대한민국 언론이 본연의 직무를 일정하게 '유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왜 독립적인 공영방송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KBS의 미래는 KBS 구성원들이 얼마나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인식하고, 내외적 권한침해에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박근혜 캠프 출신인 박효종 교수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저는 연구자가 좌든 우든 연구를 하고 소신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관성과 지조를 지킨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요. 박효종 교수는 나름 일관성을 가진 보수 논객 혹은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학자가 말과 글로 소신을 펼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분이 중립적 국가기구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방통위원회나 방통심의위원회는 대표적인 중립적 국가기구입니다. 특히 방통심의위는 공정성 문제 등을 가지고 언론의 내용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진보나 보수, 좌와 우 어느 쪽에 편향되지 않은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효종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 출신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편향성을 보여 온 인물입니다. 대통령 비서를 임명하는 것도 아니고 중립적 국가기구의 위원장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인사죠.
요컨대, 박효종씨 같은 분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사실 상 언론영역을 특정한 이념적 편향에 근거하여 규제하겠다는 것이고 결국은 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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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이념편향' 문제 될 사람은 오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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