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이념편향' 문제 될 사람은 오지 않을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32] 최영묵 KBS 이사

등록 2014.06.25 17:51수정 2014.06.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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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묵 KBS 이사
최영묵 KBS 이사이영광

지난 5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탄 발언으로 촉발된 KBS 사태는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을 해임하면서 일단락됐다. 이제 관심은 차기 사장으로 모아지고 있다. KBS 이사회는 오는 30일까지 차기 사장을 공모한다. 이에 KBS 야당 추천 이사인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를 지난 23일 성공회대에서 만나 길 사장 해임에 대한 뒷이야기와 사장 선임 절차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 이사는 "5월 28일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나 표결 결과는 누구도 장담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사회에서 노사 양측을 만나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 여의치 않으면 다시 표결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를 수용해 연기한 것이지 6·4 지방선거 때문에 이사회를 연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 최 이사는 "다수 이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후보로 지원할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새로 구성이 되었고, 청와대도 총리와 장관 임명 문제로 정신이 없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현재 KBS 이사회가 이명박 정부에서 구성되었기 때문에 낙하산을 보내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4일 사퇴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문제 강연을 KBS가 먼저 보도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더 자기 사람을 꽂으려 하지 않을까. 이에 최 이사는 "물론 그런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오는 8월 29일부터 시행되는 방송법 개정안에는 'KBS 낙하산 사장 방지'를 위해 사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했고 인사청문회도 열도록 하고 있다. 이번엔 적용이 안 되지만, 그 법 정신은 유효하다고 봐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문창극씨나 박효종씨 같은 '친일' 문제나 '이념편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람을 임명 제청할 가능은 낮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최영묵 KBS 이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6·4 지방선거 때문에 이사회 미룬 것 아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5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5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을 방문해 사과를 한 뒤 현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이희훈

- 길환영 사장 해임 후 KBS 보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길 전 사장이 있을 때, KBS 보도가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보여주는 것이죠. 다른 한편으로는 KBS 기자들이 억눌려 있다가 이제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거겠죠. 사실 그 정도의 보도는 공영방송이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서비스입니다."


-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KBS와 길 사장 해임 후 KBS를 비교하면 어때요?
"KBS는 공영방송이고 수신료를 받기 때문에 어느 정부와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조직입니다. 문민정부 이후 내적 자율성까지 확대되었기 때문에 안정성 있는 보도를 했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오면서 낙하산 논란 속에 사장들이 와서 권력 감시와 비판 기능을 크게 위축시킨 면이 있습니다. 길 사장이 나가면서 공영방송의 기능이 일정하게 회복되고 있어요."

- 해임안이 5월 28일에서 6월 5일로 한 차례 연기되었죠. 표면적인 이유는 결론이 안 났기 때문이지만 속사정이 따로 있을 것 같아요.
"5월 28일 정기이사회에 길환영 전 사장 해임제청안이 상정되고 이사들 사이에 8시간 이상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해임제청안이 가결될지 아니면 부결될지 누구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양대 노조는 가결되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공영방송 KBS가 내부 갈등으로 심각한 위기였고, 공적 서비스도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옥신각신하던 중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에서 노사양측이 만나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여의치 않으면 다시 표결하자는 제안이 나왔죠. 다수의 이사들이 수용해 표결이 연기된 겁니다. 그런데 그 중간에 6·4 지방선거가 있어 많은 의혹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 선거 때문이 아닌가요?
"선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소수이사들은 지방선거를 고려할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KBS 이사회가 매주 수요일 열리는데, 5월 28일 다음 이사회가 6월 4일이어서 하루를 연기하여 6월 5일로 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5월 28일 이사회와 6월 5일 이사회의 분위기나 느낌이 달랐을 것 같아요.
"5월 28일 이사회에서 긴 시간 논쟁을 벌였기 때문에 6월 5일에는 변화된 내용만 확인하고 표결처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변화라고 한다면 그동안 해임제청안에 대해 이사회에 공식적으로 소명을 하지 않았던 길 전 사장이 보도개입, 부실한 재난보도, 경영실패 등 문제에 대해 두툼한 해명서를 보내온 점과 그동안 이사회에 불참한 길 전 사장이 6월 5일 이사회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입니다. 이사회 해임제청안에 대해 무대응 입장을 고수하던 길 전 사장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길 사장 해임 사유에서 '보도 통제'를 여권 추천 이사들의 요구로 제외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으로 봅니까?
"야권 4인 이사가 처음 해임제청안을 제출한 주된 사유는 보도내용에 '사사건건 개입'함으로써 공영방송 보도를 통제, 왜곡해 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로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이후 김 전 국장의 폭로에 대해 길 전 사장이 전면 부인하다가, 사장으로서 합당한 범위에서의 의견개진이라고 반박했고, 이에 대해 김 전 국장이 추가로 폭로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해임제청안 제출 이후 야권 4인 이사는 길 전 사장과 김 전 국장을 이사회에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자고 했지만, 여권 이사들이 반대했습니다.

이사회는 조사권이나 수사권이 없습니다. 우리는 길 전 사장이 보도에 개입해왔다는 '정황'은 확보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고, 길 전 사장의 개입이 개인적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보도본부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양대 노조가 압도적인 지지로 파업에 들어간 데다가 부장급 간부들 상당수가 보직을 사퇴했습니다.

KBS 조직은 마비상태에 빠졌고, 공공서비스도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 재정위기도 심각했고 해결의 전망도 보이지 않았어요. KBS 사장은 방송법 51조와 KBS 정관 19조에 의거, 공사를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며 경영성과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명확하게 입증 가능한 사실인 조직 마비, 공공서비스 축소, 경영 실패를 중심으로 길 전 사장 해임제청안을 재구성했던 겁니다. 물론 정치적 개입논란에 따른 공사의 공신력 훼손 문제는 계속 제기했고요."

- 30일까지 신임 사장 공모를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여러 물밑 논의가 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제가 아는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다수 이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후보로 지원할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예측이 어렵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새로 구성이 되었고, 청와대도 국무총리와 장관 임명 문제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라서 크게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낙하산을 보내려고 해도, 현재 KBS 이사회가 이명박 정부에서 구성됐기 때문에 쉽지 않을 수도 있겠죠."

'KBS 낙하산 사장 방지' 위해 사장의 자격요건 강화

 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KBS 양대 노조인 KBS 노조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5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개념광장에서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어 청와대의 KBS 보도와 인사 개입 등을 규탄하며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유성호

- 이번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발언 보도를 KBS가 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더 정권에서는 KBS를 놔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KBS의 상대적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했을 때 이렇게 영향력이 큰 KBS를 정권이 '방치'하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오는 8월 29일부터 시행되는 방송법개정안에는 'KBS 낙하산 사장 방지'를 위해 사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했고 인사청문회도 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장 선임과정에는 적용되지 않겠지만, 그 법 정신은 유효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정치적으로 압박한다고 해도 KBS 이사회에서 문창극씨나 박효종씨 같은 '친일'문제나 '이념편향'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람을 임명제청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 김재철 전 사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안광한씨가 MBC 사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KBS도 길 사장 라인 인사가 사장으로 올 가능성이 있나요?
"여러 가지로 MBC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죠. 우선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장의 임기가 내년 10월까지로 1년 3개월여에 불과하단 말이죠. 이 기간을 채우기 위해 새로 사장을 선임하느니 차라리 내부에서 승진시켜 KBS를 '연착륙' 시키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렇다면 길 전 사장이 임명한 전·현직 본부장이나 현재 부사장들이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현재와 같은 7:4의 이사회 구조에서 방송독립을 지키는 사장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물론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7:4 구조임에도 길 전 사장 해임제청안이 가결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건은 권력이 어느 수준에서 개입할 것이냐에 있겠죠. 지금 정황으로 보나 여권 이사들의 구성으로 보나 특정 권력이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다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야권이나 소수 이사들이 원하는 최선의 사장을 모시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낙하산'이나 정치권 인사가 내려오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사장 선임 구조를 특별 다수제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는데요.
"지난 번 사장 선임과정에서도 제기되었던 문제이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된 바 있습니다. 특별 다수제는 방송법을 개정해서 사장선임의 의결정족수를 별도로 규정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여야가 합의에 실패했고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정관개정을 통해 특별 다수제를 할 수도 있는 데, 정관개정은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사항이라 쉽지 않습니다.

정관개정 요청을 해도 상위법과 충돌한다고 방통위가 승인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밖에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문제는 이사회에서 계속 논의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사추위 역시 이사들의 의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여야동수의 의미 있는 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 사장 선임 구조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에서도 손을 안 댔는데 그때도 정부가 언론을 장악할 의도였는지 아니면 신경을  안 쓴 건가요?
"그때 손을 안 댄 것이 아니라 그때 현재의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과거 어느 정부도 신뢰도가 높고 영향력이 강한 공영방송 KBS를 '해방구'로 둔 적은 없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상식적 합당성이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되느냐 하는 점과 선임 이후에 얼마나 '간섭'하느냐 하는 점일 겁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최소한 "KBS 사장에게는 전화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길 전 사장이 문제가 된 것은 사장이 본부장, 국장, 부장, CP 다 무시하고 '사사건건' 개입했다는 점이었습니다."

- 앞으로 사장 선임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방송법에 사장 등 유고 발생 시 30일 이내에 후임을 임명제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장 임명제청을 위한 공고는 이미 나갔고, 오는 30일까지 후보자를 접수합니다. 후보자의 수에 따라 서류심사, 면접심사 절차는 달라질 수 있고, 이 문제는 25일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입니다. 30일 접수마감 이후에 서류심사, 면접 등을 통해 후보자 1인을 선출하여 7월 10일 전에 청와대에 임명을 제청하는 것으로 이사회의 사장선임 절차는 마무리됩니다."

- 문창극 사태로 인해 언론, 특히 공영방송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공직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검증은 언론은 당연한 임무입니다. 특히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문창극씨에 대한 KBS의 문제 제기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파급력이 큰 것은 지금 대다수의 대한민국 언론이 본연의 직무를 일정하게 '유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왜 독립적인 공영방송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KBS의 미래는 KBS 구성원들이 얼마나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인식하고, 내외적 권한침해에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박근혜 캠프 출신인 박효종 교수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연구자가 좌든 우든 연구를 하고 소신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관성과 지조를 지킨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만요. 박효종 교수는 나름 일관성을 가진 보수 논객 혹은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학자가 말과 글로 소신을 펼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런 분이 중립적 국가기구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방통위원회나 방통심의위원회는 대표적인 중립적 국가기구입니다. 특히 방통심의위는 공정성 문제 등을 가지고 언론의 내용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진보나 보수, 좌와 우 어느 쪽에 편향되지 않은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효종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 출신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편향성을 보여 온 인물입니다. 대통령 비서를 임명하는 것도 아니고 중립적 국가기구의 위원장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인사죠.

요컨대, 박효종씨 같은 분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사실 상 언론영역을 특정한 이념적 편향에 근거하여 규제하겠다는 것이고 결국은 전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 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KBS #최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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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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