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로 지상파 자극한 것이 큰 의미"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33] 김현석 전 KBS 새노조 위원장

등록 2014.06.25 20:43수정 2014.06.2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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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전 KBS 새노조 위원장 ⓒ 이영광


공정방송 요구를 근무 조건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또 나왔다.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서형주 판사는 2012년 파업 관련 업무방해 공판에서 "새노조가 파업 결의 후 10일이나 지난 시점에 파업에 돌입했으므로 KBS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뤄져 사업운영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측이 제기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KBS 새노조의 무죄판결은 MBC 노조의 판결에 이어 나온 것이다. 지난 2012년 95일 파업을 이끈 김현석 전 KBS 새노조 위원장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받아드릴지 궁금하여 지난 23일 KBS 새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그에게 이번 판결과 더불어 KBS 보도 태도와 사장 선임에 대한 전망을 들을 수 있었다.

김현석 전 새노조 위원장은 법원의 무죄판결에 "저희가 무죄를 받는 것이 비슷한 상황의 사업장이 무죄판결을 받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처음부터 무죄를 받으려고 자료도 많이 준비했고 그게 받아들여져, 무죄를 받아서 기쁘고 노동운동에 역할을 했다고 느껴져서 자부심도 있다"는 소감을 담담히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손석희 앵커의 JTBC행에 "종편 가봐야 역할을 별로 못할 거 같아서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MBC에서 쌓은 이미지를 내다 판 장사"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나 JTBC 뉴스는 현재 방송뉴스 가운데 가장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비판적으로 봤지만, 지금까지를 보면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JTBC가 이런 방송을 끝까지 갈 것이냐 보다 JTBC가 보여준 자극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 "손 선배가 이 페이스를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선전하시고 역할을 좀 더 해주시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현석 전 KBS 새노조 위원장과 나눈 일문 일답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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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전 KBS 새노조 위원장 ⓒ 이영광


- KBS 사측이 지난 2012년 새노조의 파업에 업무방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는데 어떠셨어요?
"저는 이번에 소송하면서 헌법상의 권리인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지난 2011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파업에 대해 형사처벌 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판결을 했다고 해요. 일부러 전격적으로 파업에 들어가서 심대한 피해를 끼치려고 하는 경우에만 업무방해를 적용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했다는 거에요.


저희는 초기 경찰 조사 단계부터 무죄를 목표로 했어요. 저희가 무죄를 받는 것이 비슷한 상황의 사업장이 무죄판결을 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무죄를 받으려고 자료도 많이 준비했고 그게 받아들여져, 무죄를 받아서 기쁘고 노동운동에 역할을 했다고 느껴져서 자부심도 있죠."

- 법원이 올초 MBC 노조의 무죄판결에 이어 다시 한번 공정방송에 대한 투쟁인 인정한 것 같은데.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은 결국 공정방송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요. 공정방송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신뢰를 받는 상황에서 일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근로조건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공정방송을 위한 방송노동자들의 싸움은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것에 대해 법원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엔 임금인상 같은 경제적인 부분을 위한 파업만을 합법 파업으로 인정해줬는데, 최근에는 공정방송을 위한 방송사의 투쟁 역시 근로조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 역시 합법파업이라고 인정하는 판례가 쌓여지는 것 같고요, 이런 흐름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는 합법, 불법 논쟁 필요없이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을 쉽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 세월호를 언급하셨는데 세월호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사고가 터진 날부터 생각을 해보면 세월호 보도는 '전원구조' 오보로 시작했잖아요. 한국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 거죠. 그리고 일정 정도 지난 후엔 세월호 참사가 정부의 잘못으로 방향이 틀어지는데 그때부터 더 큰 문제가 발생한 거죠.

초기에는 한국 언론이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오류나 잘못이었다면, 2~3일 지나며 해경 잘못이 드러나면서 이젠 정권 눈치 보기까지 덧붙여진 거죠. 정부 잘못을 지적하는 보도를 해야는데 그걸 눈 감아버리니까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몇 명이 투입되었다'는 팩트 나열외에는 없거든요. 국민들은 사고 원인이 뭐고, "왜 한 명도 구조를 못했는가?"가 궁금한데 언론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거에요. 똑같은 말만 반복하니 지겹죠. 실제로 청와대는 정부의 잘못이 드러나기 시작하니까 본격적으로 언론을 통제했잖아요. 국민들이 궁금한 것을 말 안 하니까 신뢰를 못 받죠."

- 펙트 나열외엔 한 개 없다고 하셨는데 <연합뉴스> 등 보도를 보면 '지상최대 구조 작업'이라든지 왜곡 보도해서 문제가 되었는데.
"사실 <연합뉴스>의 보도를 두고 왜곡이냐 아니냐 말이 많았는데요. 기사를 쓴 기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발표한 구조 투입 현황을 그대로 보도한 것이라 왜곡보도가 아니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세월호 현장은 출입처가 아니고 그야말로 '현장' 이잖아요. "현장에 답이있다"란 말처럼 저널리즘의 기초에서 생각하면 왜곡보도죠. 정부 발표를 받아쓰기는 했는데, 현장을 확인 안 한거죠. 확인 안 된 것을 사실인 것처럼, 제시한 것은 왜곡보도지요.

특히 초기부터 유족들이 구조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계속 주장했잖아요. 그런데 정말 정부 발표대로 구조작업이 진행되는지 확인도 한 번 안 하고 받아썼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 KBS의 세월호 보도 대부분이 이런 식이었어요. 꼭 연합의 문제만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정부가 잘못하는 것 지적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한국 언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 김 위원장께서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 대해 비판적이었는데 이번 길 사장 퇴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김시곤 전 국장이 '길 사장 아래에서 청와대 비판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길환영 전 사장은 청와대만 보고 가는 사람이다'고 말했잖아요. 사실 노동조합이나 기자협회가 공정방송을 말하면 저쪽에선 이런저런 핑계로 방어하잖아요.

사실 진심으로 '저 분들은 공정방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런게  궁금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김 전 국장의 폭로를 보니까 보도국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자기들이 잘못 보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 한거죠.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는데, 어쩔 수 없었다는 거잖아요. 청와대에서 전화 오고 압력이 들어오니까요.

"그런 압력 거부하고 저널리즘 원칙대로 가지, 왜 따랐냐?"고 물으면 김 국장은 인사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하잖아요. 스스로 알면서도 했고 그걸 드러낸 것도 처음이잖아요. 저는 김 전 국장의 솔직한 고백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요."

- 지난해 인터뷰에서 "살아남는 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현재 목표는 무엇입니까?
"네 당시는 그렇게 말씀 드렸죠.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이번에 세월호 침몰 이후로 상황이 만들었죠. 그래서 일단 길 사장 퇴진은 성공했잖아요. 예전엔 살아남는 게 목표였다면 이젠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가야죠. 그러나 국민들이 기대만큼은 못하죠. 조금이라도 진보하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죠."

- 같은 공영방송 기자로서 MBC는 어떻게 보세요?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언론장악에 대해 가장 맨 앞에서 치열하게 싸운 게 MBC잖아요. 제일 앞에 선 사람이 가장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저희보다 상처가 컸기 때문에 상처를 치유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에 더 오래 걸리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아직도 상처가 크다고 생각해고 저희도 크지만, 상대적으로 덜 받았기 때문에 좀 더 빨리 나갈 수 있다는 것이고 MBC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리해서 나가면 MBC가 가진 힘이 있거든요. 저희는 좀 느려요. 그러나 MBC는 방향을 잘 잡고 밀어붙이면 힘이 쎄잖아요. MBC가 상처를 치유하고 재정비하면 훨씬 무서운 힘으로 MBC가 가진 위상을 회복할 것으로 봐요."

- 지난해 인터뷰에서 손석희 앵커의 JTBC행에 대해 "종편 가봐야 역할 별로 못할 거 같아서 기대할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MBC에서 쌓은 이미지를 내다 판 장사"라고 비판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JTBC뉴스가 방송 뉴스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는 건 어떻게 보세요?
"비판적으로 봤죠. 그러나 지금까지를 보면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저널리즘이 뭔지 보여준 것이잖아요. 선거보도도 인상 깊게 봤어요.

저는 JTBC가 이런 방송을 끝까지 갈 것이냐 보다 JTBC가 보여준 자극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것 받아서 KBS가 원칙에 근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 같고 손석희 선배가 이 페이스를 어느 정도까지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선전하시고 역할을 더 해주시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월드컵 기간이잖아요. 이것도 지상파와 JTBC가 비교되던데.
"개인적으로는 JTBC 보도방침이 맞는다고 생각해요. 세월호에 아직도 실종자가 남아 있고 국민들에게 세월호 문제 등 알아야 하고 월드컵보다 중요한 이슈가 많아요. 그러나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라는 게 기본적으로 모든 이슈를 덮는 효과가 있잖아요. 그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민화 정책 가운데 하나가 스포츠죠. 그러나 지상파는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보편재잖아요.

국민의 관심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과하고 아무리 월드컵이라도 꼭 짚어야 할 것은 짚어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안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KBS 문제로 돌아가면 KBS는 그나마 중심을 지키려는 노력하는 흔적은 있어요. 월드컵이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톱으로 내거나 중간 중간에 중요한 이슈를 배치해요. 그런 점에서는 예전보다는 나아진 거죠."

- 문창극 총리 후보자 발언을 KBS가 보도했잖아요. 만약 KBS가 그 보도를 안 했고 <국민TV>만 보도했다면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생각되는데.
"아무래도 KBS가 3꼭지로 하는 것과 <국민TV>가 하는 건 영향력면에선 다르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내용 자체가 가지는 파괴력이 컸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KBS가 안 하고 <국민TV>만 보도했더라도 다른 데에서 따라올 수밖에 없죠. 누가 봐도 공분할 수밖에 없던 내용이기 때문에 KBS가 안 해도 사람들은 분노했겠죠.

이건 KBS 영향력 때문이라기보다 문 후보자의 발언이 워낙 문제가 있었고 말이 안되는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확산된 것이지 KBS의 영향력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국민TV>가 단독보도 했다면 <국민TV>가 좀더 주목 받았을 거란 생각은 들고 물론 지상파나 기성언론이 다 무시했다면 이렇게 까지는 안되었겠죠. 근데 이건 무시하기 쉽지 않죠."

- 이사회에서 오늘부터 사장 공모를 시작해 선임절차에 들어갔는데 사장 선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세요?
"김 전 국장의 폭로에서도 보듯 사장이 뉴스에 개입 못 하도록 방송법에 되어있어요. 제작과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 방송사의 기본적인 원리잖아요. 언론사의 생존이나 경영을 위한 목표가 보도에 영향을 미치게 하면 안 돼잖아요 편성과 경영을 분리해야 그런 것에서 떠나 저널리즘 원칙에 따라 진행되잖아요. 그렇기 위해서 방송법에 사장이나 경영진이 뉴스나 프로그램을 간섭하지 못하도록 명시하는 건데 실질적으로 이번에 길환영 사태에서도 아주 치졸하잖아요.

KBS가 잘되기 위해 개입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연임하기 위해서 영향을 미친 것이잖아요. 치졸 그 자체죠. 길 사장이 수신료 때문에 이랬다면 인정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것도 안되지만, 상식적인 목표라도 있었다면 몰라요. 그런데 이건 자기가 연임 하려고 했잖아요. 저는 이번에 선임되는 사장 임기가 1년 4개월 정도잖아요.

저는 이번에 다음 사장에 응모 안 하겠다고 하는 분이 돼야 한다고 봐요. 안 그러면 누가 되더라도 사장이 되자마자, 내년 3년 임기의 사장에 연임하기 위해서 청와대 눈치만 보다가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내년 사장에 선임되기 위해 1년 4개 동안 면접 보는 꼴이라고나 할까요?"

- 가능성은 제로잖아요.
"물론 가능성은 높지 않죠. 그냥 제 희망일 수도 있고요. 사장이 연임 욕심만 버리면, 누가 오더라도 나을 거로 생각해요. 저희가 김시곤 국장이 폭로한 것에서 보았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와대 눈치보지 않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임 욕심이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에요. 어떤 사람이 오든 청와대 눈치만 안 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 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현석 #KBS #업무방해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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