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동부수퍼마켓협동조합의 공동 브랜드인 ‘청누리’의 메인 홈페이지. 이곳에선 주류, 잡화, 신선식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B2B 형태로 직거래되고 있다.
청누리 홈페이지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아래 연합회)와 롯데슈퍼 간 공동구매를 통한 상생협력에 관한 MOU가 본궤도에 올랐다. 양 단체는 그동안 공동구매 시행에 앞서 간담회를 수차례 진행해왔으며, 이번 공동구매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격마스터 전산화 작업과 관련해서도 일정 부분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마스터는 롯데슈퍼가 제시한 공급단가와 각 지역 수퍼조합이 자체적으로 진행해왔던 공급단가를 비교해 최적의 공동구매 가격을 찾는 것으로, 이 부분이 어느 정도 합의됨에 따라 최근에는 약 20여 개 품목에 대해 1차로 행사상품 기획전까지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연합회 측은 "이번 행사는 공동구매사업 참여를 신청한 30개 지역 수퍼조합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며 "이 가운데 가격마스터 전산프로그램 설치를 이미 끝낸 22곳의 지역 수퍼조합이 조합원인 코사마트로부터 온라인 발주를 받았으며, 롯데슈퍼는 이를 토대로 코사마트에 1차 행사물량을 공급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또 "이번 행사에 참여치 않은 8곳은 현재 프로그램 설치를 진행 중이며 설치가 끝나는 대로 2, 3차로 예정 중인 행사상품 기획전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공동구매는 유통산업연합회 출범 이후 중소유통업체와 대형유통사의 자율적 합의와 상생을 통해 결정된 첫 사안이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공동구매가 골목슈퍼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대리점과 경쟁할 수 있는 공동구매시스템 확보해야"특히 연합회 강갑봉 신임회장은 새집행부 구성과 함께, 앞으로 롯데슈퍼와의 공동구매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될 물류센터발전위원회(위원장 노양기, 아래 위원회)에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동구매의 결과에 따라, 골목슈퍼의 향후 운명이 갈라진다는 것을 연합회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최근 인터뷰를 가졌던 위원회 노양기 위원장도 각 지역의 수퍼조합별로 진행됐던 기존 공동구매가 이번 롯데슈퍼와의 공동구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혀, 강 신임회장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관련, 노 위원장은 "이번 행사상품을 1차로 공급받은 지역 수퍼조합이 22여 곳, 공급 품목도 20여 개로 한정됐지만, 앞으로 품목 확대와 함께 최적의 공급단가까지 조율해나간다면 각 지역에 있는 수퍼조합과 코사마트의 참여뿐 아니라 공급 품목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그는 "일부에선 공동구매를 한다니깐 대형마트와 대리점 보다 더 싸게 상품을 공급받을 것이라고 오해를 한다"며 "주요 제조사가 우리 수퍼조합에게만 상품을 싼 가격에 공급한다면, 이미 형성된 시장가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이건 정부나 연합회도 원치 않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공동구매는 기존 시장가에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도, 대형마트나 대리점과 경쟁할 수 있는 독자적인 공동구매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이 언급한 독자적인 공동구매시스템 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 바잉파워(구매력) 강화, 후 협상'이다. 즉, 바잉파워를 키운 후 수퍼조합이 주도권을 잡게 된다면 공동구매와는 별도로 제조사와의 가격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롯데슈퍼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공동구매를 하지 않으면서도, 향후엔 제조자사와의 직거래 시스템도 확보하겠다는 사전포석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가 바잉파워 강화에 역점을 두는 또 다른 이유는 각 지역 수퍼조합이 시행하는 공동구매도 있지만, 구색이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대형점과 대리점에 비해 구매력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노 위장은 "이번 1차 행사상품 기획전의 첫 시작은 미약했지만, 롯데슈퍼와의 공동구매가 각 지역의 수퍼조합과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바잉파워 확대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주요 제조사와의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라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이처럼 노 위원장은 이번 롯데슈퍼와의 공동구매가 조기에 정착되기 위해선 조합원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조합원들의 참여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