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와 경찰이 11일 오후 밀양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에 있는 101번 송전철탑 공사장 부지의 움막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단행한 가운데, 움막 지붕에서 농성하던 초등학교 교장 출신의 주민 고준길(72)씨가 경찰에 의해 들려서 나오고 있다.
윤성효
죽고 싶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임출(위양마을)씨는 "행정대집행 하루 전날부터 목에 밥이 넘어가지 않았고, 우리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나 싶었으며, 그렇게 한잠도 자지 못하고 이틀 동안 꼬박 밤샘했는데, 그날 새벽 경찰이 온다는 소리가 들려 '아 이제 올 게 왔구나' 싶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몸에 쇠사슬을 묶고 있었던 그는 "경찰이 움막에 올라와서 한 쪽만 찢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찢었고, 움막 안에 있던 할머니들은 '다 죽여라'고 고함을 질렀다"며 "그때 움막 철거는 공무원이 하지 않고 경찰들이 했으며,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옷이 다 벗겨졌더라"고 말했다.
정신을 잃어 병원에 후송되었던 정임출씨는 "그 순간에는 죽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고, 내가 죽어서 철탑이 서지 않고 원전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런데 또 살게 되었다, 우리는 에너지 정책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지, 보상을 더 받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보상 필요 없다, 수십 억을 줘도 도장 안 찍을 것이고 보상 안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15번 농성장에 있었던 김영자(여수마을)씨는 "경찰이 와서 한꺼번에 천막을 뜯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밑에 사람이 있다'고 소리를 쳐도 그래도 하더라"며 "끌려 나와 감나무 밑에 있었는데, 벌써 포크레인이 길을 닦고 올라오며 과일나무를 부러뜨렸다, 과일나무는 우리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고 소개했다.
101번 움막 안에 주민 7명과 함께 몸에 쇠사슬을 묶고 있었던 송영숙(용회마을)씨는 "다 처음 겪는 것이지만, 경찰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며 "오늘 우리가 아무리 증언을 한들 저들은 오리발을 내미는 선수니까, 우리가 백날 진실이라고 부르짖어봐야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죽지 못하는 이유가 있고, 우리가 살아야 할 의무가 생겼다"며 "철탑이 다 들어선 이후라도 더 열심히 살아서, 철탑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대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규 "총체적으로 위법한 행정대집행이었다"행정대집행 당시 주민들과 함께 했던 정상규 변호사는 "총체적으로 위법한 행정대집행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밀양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 12명이 현장에 있었고, 이들은 행정대집행 순간을 목격했다.
정 변호사는 "움막에 있는 주민을 들어내는 것은 강제처분인데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임의동행이라고 해서 당사자가 동의해야 하거나 영장을 들고 가야하고, 아니면 범죄행위라면 현행범 체포 연행이 있다"며 "그런데 당일 현장에는 영장도 없었고, 주민들이 동의하지도 않았으며, 공사현장 부지를 점거하는 게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으나 그것에 대한 현행범 체포로서의 연행이라면 그 현장에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해야 하나 일체 그런 게 없었다"고 전했다.
정 변호사는 "경찰이 천막을 대부분 찢고 집기를 훼손한 행위 역시 위법이고, 전날부터 계속 통행제한을 했는데 그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하며, 경찰 책임자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밀양시 공무원 중 집행책임자는 대집행법에 따라 주민 재산 손실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그런 의무를 전혀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