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성미산오케스트라 창단공연 리허설
띠용 이영은
지난 1년간 성미산학교에서는 찢어질 듯 서툰 바이올린 소리가 새어나오고, 관악기 파트에서는 난데없는 '부부젤라' 소리가 터져나오기 일쑤. 저녁 시간 누구네 담장 너머에선 '기이한' 첼로 소리가 들려왔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르던 아이와, 난생 처음 클래식 악기를 잡아보는 어른들의 첫 출발은 마을 오케스트라 창단의 꿈을 '미션 임파서블'로 여기게 만들었다.
2013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한 두 차례의 음악캠프는 단원들의 실력이 부쩍 향상될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었다.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 그러나 우리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손가락엔 물집이 잡히고, 입 주변 근육에 경련이 일어도 아이들은 취침시간을 넘겨서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도 편하게 잠을 청할 수는 없어 한두 명씩 슬그머니 악기를 들고 나와 연습에 동참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이런 대답이 들려오곤 했다.
"첨엔 못할 것 같았는데, 하니까 되네요! 신기하고 재밌어요. 그러니까 더 잘하고 싶은 맘이 자꾸 생겨요."음악을 전공하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충분히 음악을 배우고 즐겼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에 감동하여 무딘 손을 더 열심히 놀렸다. 하루하루 소리가 달라지고 제법 그럴 듯한 화음이 울려퍼졌을 때, 단원들은 서로에 대한 감동과 기쁨으로 충만해지는 경험을 맛보았다.
그렇게 뒷줄에 앉은 엄마 단원의 플루트 소리와 앞줄에 앉은 아들 단원의 바이올린 켜는 소리는 조금씩 자신을 다듬어가며 1년간 행복한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가슴 떨리는 첫 무대에 서게 되었다.
진정한 마을 오케스트라를 꿈꾸며지난 6월 22일 늦은 7시 30분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그때 그곳은 성미산오케스트라를 위한 공간과 시간이었다. 75명의 단원들은 긴장된 표정이었으나 당당한 발걸음으로 600여 명의 관객들 앞에 섰다. 그리고 10년을 기다리고 1년을 준비했던 우리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주페의 <시인과 농부> 서곡으로 시작하여 영화 <미션> OST 중 <가브리엘의 오보에>,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제곡, <베토벤 1번 교향곡> 1악장, <리베르 탱고>와 드라마 <하얀거탑> 주제곡 <비 로제트>,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 OST, 그리고 앙코르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 5번>까지 순서대로 연주했다.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바람처럼 지나갔다. 영혼을 담았고 마음을 담았던 우리의 연주는 부족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단원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했던 관객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관객들의 우렁찬 박수 소리와 연주자들에게 보내주었던 응원의 눈빛들은 우리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오케스트라의 성장은 연주자와 관객들이, 그리고 마을이 함께 이루어나가는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성미산오케스트라는 나이, 성별, 실력을 초월하여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는 선율의 감동을 만들어내었고, 평범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는 음악의 힘을 증명해주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소리를 가다듬고 친구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습. 그 모든 과정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아름다움을 가장 감동적으로 전해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느끼게 되는 감정은 무한한 삶의 기쁨과 자신감이다.
앞으로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편안하게 참여하고 함께 즐기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역동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마을 안팎에서 편안하고 재미있는 연주들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마을 사람들 누구나 아름다운 하모니의 연주자이자 관객이 되는 오케스트라.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마을 오케스트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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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들리는 기이한 소리...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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