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쉬딩 곰파. 시킴에서 가장 성스럽다고 여겨지는 곰파다. 타쉬딩 전 들렀던 마을인 육솜에서 시킴의 첫 왕을 앉혔던 세 명의 현자 중 한 명인 느가닥에 의해 1641년 세워졌다.
Dustin Burnett
퉁바(티베트식 발효 술) 통에 뜨거운 물을 세 번쯤 부었을까. 이 신비로운 화수분 같은 술은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다. 뜨거운 술에 머리가 노곤해진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내리는 비와 함께, 우리의 대화도 밤사이를 스쳐 흘러내려 간다.
3월이다. 3월, 화요일, 월말 등으로 이름 지어지는 시간의 구분은 이미 나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 대부분의 시간 속에서 3월이란, 새 학년이 시작되는 달이거나,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달이었다.
3월도 아니고 화요일도, 월말도 아닌, 그저 지금일 뿐인 오늘의 3월. 학교와 회사라는 의무와 얽매임에서 벗어난 지금은, 비 내리는 시킴의 한 마을, 텅 빈 식당에 더스틴과 나만 덩그러니 남아, 서로의 퉁바 컵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고 대화하는 그런 달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는 달이고 시킴을 걷는 달이다. 걷고 쉬고 먹고 고생하고 그리고 또 걷는 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