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추모행사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가 6월 29일 저녁 서산 호수공원에서 열렸다.
안인철
덕분에 나는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시낭송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을 처음 지역주민들에게 알릴 수도 있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서울 대한문 앞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들과 모든 이웃들을 위한 참회 추모 미사'가 봉헌되고 있다는 것도 알렸고, 우리 지역에서도 세월호 관련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할 수 있었다.
내가 시낭송을 한 다음, 두 분이 자유발언을 했다. 이어서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학부모 열두 분이 무대 앞으로 나와 감사 인사를 했다. 세 분 아빠의 인사말을 경청한 다음에는 모두 함께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뜨거운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안겨 드렸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행사 도중 안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행사장을 빠져 나갔다. 나는 그들을 배웅하며 <태안문학> 10여 권을 건네 드렸고, 그들이 승합차에 오르는 것을 보며 성호를 그었다.
'시대의 상징'이 된 노란 리본에 대한 의무와 사랑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학부모들 중에는 서산 출신 아빠도 한 분 있었다. 그는 노부모가 서산에서 살고 계신다고 했다. 해매다 명절이나 방학 때는 아들을 데리고 고향을 찾았다고 했다. 고향에 오면 아이를 데리고 호수공원에도 와서 함께 뛰놀기도 하고, 배드민턴도 했단다.
그런데 이제는 고향 찾는 일이 허전하고 슬프기만 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호수공원에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나와 아내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을 배웅하고,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다음 여러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 태안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부부는 말없이 묵주기도를 했다. 우리 부부의 옷깃에 달린, '시대의 상징'이 된 노란 리본과 배지를 변함없이 뜨겁게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인 6월 30일 저녁 서울 대한문 앞 광장의 참회 추모 미사에 참례하며 영성체 후 모든 교우들에게 6월 29일 저녁의 서산 호수공원 행사 이야기를 전했다. 연대와 공유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 글을 마치면서 내가 지난 5월 19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그리고 6월 29일 저녁 서산 호수공원에서 낭송했던 세월호 관련 추모시 <노란 리본은 생명의 깃발이다>를 다시 한 번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