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인의 약속대한민국 역사상 천만인 서명운동이 성공한 적은 없다.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은 아이들을 위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천만인의 약속을 이루고자 버스에 올랐다
정영현
기자회견 후, 학부모들은 서명운동을 진행하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가 향한 곳은 'STX조선'이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서명운동을 한다는 계획이다. 진해 바다가 보이고, 배가 보였다.
"우리 아이도 저런 배에 탔어야 하는데…."육중한 배와 바다가 보이자, 버스에서 한탄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무거운 마음을 들기 위해 옆자리에 앉은 학부모와 통성명을 했다.
"국OO 아버지 국경호입니다."아버지는 아이의 이름을 먼저 말했다. 국경호(48)씨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학부모에게 성함을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아이의 이름을 먼저 말하고, 본인의 이름을 말했다. 아이가 잊히지 않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었다.
국경호씨는 이날 새벽 5시에 안산에서 출발했다. 서명운동은 세월호 사고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일이라 열심히 한번 해 보겠다고 한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국경호씨를 거리로 나서게 한 것은 '억울함'이었다. 국경호씨는 세월호 사고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사고의 원인도 가르쳐주지 않고, 그래서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 정부가 무섭습니다."국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할 정부는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무서움의 대상이 되었다. 아직 사고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유병언 일가를 잡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착하게 학교도 다니고, 수학여행 다니고 했는데…인양하는 데만 2년이 걸린다는데…"아이가 죽었는데도 진상조차 밝히지 못하는 아버지의 안타까움이 기자에게 전해졌다. 가슴이 먹먹했다. 어느 부모가 아이가 죽은 이유조차 모르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버지가 아이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싶은 너무나 당연한 이유가 이뤄지지 않아서 천만명 서명운동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무겁게 다가왔다.
버스 안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버스는 STX조선에 도착했다.
STX 조선 도착한 가족들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