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에서는 정열의 스페인 춤과 음악이 인상적이다. 투우사 에스파다 역의 이영철(가운데).
문성식
하지만 정열의 빨강 옷을 입은 젊은 주인공 커플은 산뜻하고 경쾌하게 스텝을 이어나가며 파드되를 선보인다. 27일 공연에서 이은원은 중학교 시절 '서울국제무용콩쿠르'에서 그랑프리 수상 이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돈키호테>는 자신이 있다는 듯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고난이도 연기를 선보였다. 1막의 20회전 푸에테를 아주 쉽게 선보이고, 계속해서 경쾌한 스텝을 펼쳐 보이며 작품 내내 활약이 대단하다.
바질리오 역 이재우 역시 키테리아를 잘 받쳐주며 우아한 동작을 펼치는데 특히 한 손으로 이은원을 번쩍 높이 지탱하는 난이도 동작에서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투우사 에스파다 역의 이영철이 펄럭이는 빨강 망토의 스페인 춤도 인상적이다. 키테리아의 아빠 로렌조는 딸을 돈 많은 귀족 카마쵸에게 결혼시키려 하고, 돈키호테의 도움으로 두 젊은 남녀는 도망친다.
작곡가 루드비히 밍쿠스(1827~1907)의 음악은 흔히 알지 못했지만, 훌륭한 작곡가가 많다는 것을 일깨워주며 2막 도입에서도 우리를 아름다운 발레의 세계로 인도했다. 음악은 우아하고 느리다. 어두컴컴하고 스산한 집시촌에 도착한 주인공 커플은 검정과 보라색 의상 속에 우아한 춤을 선보인다.
1막과 2막 2장에서 투우사 에스파다의 파트너 메르세데스 역을 선보인 신혜진은 2막 1장에서는 거리의 무희 역으로 격정적인 춤을 선보인다. 에로틱함과 장렬한 느낌을 주는 음악이 무용수와 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나풀거리면서 둥근 어깨부분이 살짝 드러나는 흰 블라우스와 빨간 긴 치마를 입고, 머리는 길게 풀어헤치고 두건을 쓴 집시 여인의 외로움과 과 거리의 삶을 표현하는 춤이 무척 인상적이다.
로렌조가 집시촌에 쫓아와 카마쵸와 결혼시키려 키테리아를 데려간다. 집시들과 함께 인형극을 보던 돈키호테는 내용에 화를 내면서 인형극을 중단시킨다. 강한 바람에 풍차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그것이 거인인 줄 알고 공격하다가 정신을 잃는다. 돈키호테는 작품 내내 춤을 추지 않고 마임과 같은 동작을 펼치는 것이 특징인데, 돈키호테 역 이수희는 4일 공연 내내 극의 상징이 되는 돈키호테 역으로 작품의 큰 틀을 잘 유지해 주었다.
키테리아가 환상의 여인 둘치네아로 변해, 큐피트와 숲의 여왕과 춤을 춘다. 신승원도 귀여운 요정 큐피트 역을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며 극의 흐름을 잘 진행했다. 2막 2장, 정신을 되찾은 돈키호테는 키테리아와 카마초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인공 젊은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찾도록 돕는다. 바질리오가 가짜 자살소동을 벌이고 결국 로렌조의 허락을 받아 바질리오와 키테리아가 결혼하게 된다. 돈키호테는 모두의 배웅 속에 다시 먼 여정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