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사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남길 바란다고 밝혔는데 지금도 같은 마음인가'라는 질문에 "말하자면, 나는 서울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시장이 되겠다는 거다. 시장 개인의 꿈을 실현하는 시장은 되지 않겠다는 거다. 시장을 위한 브랜드 사업, 전시 토목 사업은 안 하겠다. 대신 시민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유성호
지난 5월 15일 출마를 선언하며 시장실을 떠난 후 48일째 되는 날이었던 지난 1일, 자신의 집무실에 돌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을 <오마이뉴스>가 만났다. 다음은 박 시장과 <오마이뉴스>가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유세차 없이 가방 메고 유세 '상징적'... 선거운동에도 혁신이 필요"- 오늘(1일), 2기 시정 첫날이다. 소감이 어떤가. "실감이 별로 안 난다. 좀 더 본격적으로 시정을 해야겠다는 의지·열정을 다잡는 기점인 것 같다. 뭘 해야 하는지 상황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 큰 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서울시민들이 박 시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다고 보나. "'왜 서울을 제대로 개발하지 않나, 큰 프로젝트를 왜 안 하냐' 등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시민들이 내가 2년 8개월 동안 해왔던 성취나 미래를 보는 철학을 알고 동의해 주셨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과거 외형적 성장에서 내실 있는 성장으로, 물질적인 것에서부터 사람 중심으로, 제조업에서 창조적 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시대의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2년 8개월 재임 기간 동안 실험하고 노력했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민들이 확실하게 평가해줬다. 이런 부분에서 상대 후보와 대척점에 있었다고 본다.
내가 성장을 포기한 게 아니다. 내실 있는 성장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의 방향이다. 이른바 10년의 민주정부가 끝난 후 시대가 거꾸로 역행했다고 생각한다. 소득 증대라는 목표가 더 뚜렷했지만 실제로는 성장의 잠재력까지 깎아 먹었다. 겉으로는 녹색성장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과거로 돌아갔다. 이것을 시민들이 다 통찰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분위기 변화가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바람'이 불지도 않았다. 특히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큰 차이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나와 정몽준 후보 사이에) 이 정도 표차가 있었다는 건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시각이 뚜렷했음을 알 수 있다."
- 박 시장은 큰 표 차로 이겼지만 새정치연합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나는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를 책임진다. 서울시의 변화나 정책에는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지만 당에는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노릇이다. 내가 정치적 논평을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말하자면, 꼭 새정치연합을 얘기한다기보다 우리 정치 전체가 시민들의 소망과 요구와는 상당히 동떨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시민의 삶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그렇다면 이른바 정치적 리더들과 정당은 시민의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절박하게 경청하고 그것을 느끼고 공감하고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삶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당은 사라지고 박원순이라는 개인의 역량이 선거 결과를 좌우했다는 비판적 평가도 나온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개인을 앞세울 경우 인기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며 "박원순 당선자는 당을 배제한 반정당적 선거운동을 벌였다"라고 평가했다. "내 선거니 내가 제일 앞에 서는 게 당연하다. 당은 당대로 도와줬다. 선거 자금도 여유 있게 줬고, 중앙당과 서울시당의 많은 당직자들이 전부 파견 나와 있었고, 의원들의 비서관 보좌진들이 다 왔었다. 중앙당·시당·풀뿌리 지역 조직들·자원 봉사자까지, 우리는 첫날부터 혼연일체의 캠페인을 했다. (박상훈 대표의 지적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선거에서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배치하는 건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대안이 뭔가. 정당이 자금과 인력을 지원했는데 그 이상의 결합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당에서 오신 분들과 유세차 논쟁이 있긴 했다. 당에서는 '유세차를 완전히 없앨 수 있겠냐, 나중에 사용하면 모양이 우스워진다'고 했다. 나는 유세차에 올라타는 순간 시민과 멀어진다고 봤다. 혼자 마이크 들고 외치면 시민들은 '선거 시즌 왔구나' 그러고 만다. 그래서 배낭 메고 운동화 신고 나갔다. 그러니 시민들과 눈높이가 맞았다. 사진도 찍고 그걸 페이스북으로 나르고, 효율적인 선거를 한 것이다. 어떤 게 정당 중심 선거운동이고 당과 분리된 선거운동인가.
진정한 정당 정치라는 건, 당의 주요 정책이 얼마나 시민의 피부에 와닿냐의 문제다. 그런 면에서 회의가 있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과 상당히 긴밀하게 협업했다. 내가 당을 넘어선 개인적 지지를 얻었지만 오랫동안 시민사회 일을 해왔으니 그런 것이라고 본다."
- 유세차 없는 선거 등 '박원순식 선거운동'을 다른 후보들도 적용한다고 보나."나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앞으로 선거는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나에게 신발·가방 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유세차 없는 선거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 욕망·성장 등의 반대편에 있는 박 시장이 강남에서도 많은 표를 얻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보통 지식인이 갖는 편견이 '강남은 성장과 욕망의 도시'라는 것이다. 강북은 성장을 바라지 않는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내가 욕망과 성장을 배제했나? 나는 진정한 욕망과 진정한 성장이 뭔지를 따졌다. 더불어, 새정치연합 쪽에서는 강남에서 구청장·국회의원·시의원·구의원 후보로 나간다고 해도 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좋은 사람들이 출마를 안 했다. 출마하고 누군가 표밭을 가꾸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입견을 뛰어넘는 혁신적 도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내가 살아온 걸 보면, 참여연대·아름다운 재단·희망제작소 등 기존 관념에 대한 도전을 해왔다. 아름다운 재단이 있기 전에 나눔 문화는 보편적 언어가 아니었지만 이제 누구나 나눔을 말한다. 노력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 내가 서울의 또 하나의 시장이 되기 위해서 나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의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고, 그걸 지향한다."
- 혹자는 박원순 시장의 중산층적 행보 때문에 강남이 더 어필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그런 점도 있다. 난 내가 늘 회색지대에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시골 출신으로 가난한 사람을 변론하고, 그분들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운동을 계속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경기대를 나오고 서울대를 중퇴했고 판·검사를 했고 변호사를 했다. 내 동창들은 한국 사회 지배적 입장에 있다.
이렇게 양쪽을 늘 왔다 갔다 하면서 이어오는 역할을 했다. 빈부격차·세대 갈등·이념갈등을 봉합하고 다리 놓는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런 게 중산층이나 그 이상의 사람에게도 안도감을 줬을 것 같다. 시민운동가 출신이니 사고도 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안정된 시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는 강남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받고 있다."
"정몽준식 네거티브, 앞으로도 통하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