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닥은 자연에게 양보하실 건가요?정비가 안 된 비포장로는 멀미를 부른다.
강현호
예상대로 가는 길이 험난했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차가 심하게 출렁거렸다. 5000km도 타지 않은 새 차가 지나가기에는 무리인 길이었다. 일행은 차 바닥이 긁힐까 봐 오른 다리와 양 손목에 잔뜩 힘을 주었다. 내 등에도 땀이 흘렀다. 운전에 집중하기 위해 음악도 꺼버렸다.
등판이 시원해지다 못해 서늘해질 때쯤 나무에 걸린 해먹이 보였다. 살았다, 도착이다. 너른 운동장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 타프를 쳤다. 짐을 부렸다. 한바탕을 땀을 쏟고 정돈이 끝나자 가장 먼저 캠핑 의자를 펴고 앉았다. 등을 기대니 뭉쳤던 어깨와 등의 근육이 비로소 풀리면서 저릿저릿하다. 오지캠핑을 시작하는 짜릿한 신호다.
캠핑은 시작됐는데 우리는 별로 할 게 없었다. 곧 마음은 느긋해지고 눈꺼풀은 무거워졌다. 낮잠이나 즐기며 날아드는 벌레나 손으로 쫓아내는 게 전부다. 배가 고프기 시작하자 우리는 화로에 장작불을 올리고 감자와 오리, 파를 구워 미지근한 맥주와 함께 속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