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12일 저녁 6시 30분경 대검찰청에서 최돈웅 한나라당의원에 대한 구속이 집행됐다.(자료사진)
권우성
이 가운데 '별도관리대상 지구당 30억 원'은 대선을 앞두고 다른 당에서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완구, 전용학, 한승수, 함석재 의원 등 14명에 대한 관리비였다. 의원 영입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당세 확장'이지만 내부적으로 기존 지구당위원장들과 지역구가 겹치는 갈등 요인이다. 한나라당은 1인당 2억원씩 '이적료'를 지급해 급한 불을 껐다.
'차떼기' 자금 '매수공작'의 이인제-김윤수-이병기 3인은 경복고 동문 당시 검찰은 '출구(사용처)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불법 대선자금에서 정치인 10명에게 각 5~10억 원씩 전달했다는 범죄정보를 입수했다. 이인제 의원을 '매수'하기 위해 전달한 5억 원도 그 중 하나다. 그 5억은 김영일 선대본부장이 자신이 관리했다고 진술한 불법자금 540억 원의 백분지 1도 안되는 '소액'이다. 물론 540억 원에는 포함되지 않은 돈이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돈이 매수공작 같은 '더티 잡'에 쓰였을지 짐작할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병기 이회창 후보 특보는 김윤수 이인제 의원 특보를 만나 서울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 지하주차장에서 "(이인제에게)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를 부탁하라"는 청탁과 함께 경비에 쓰라며 2억5000만 원씩 담긴 사과상자 2개를 건넸다. 이인제, 김윤수, 이병기 세 사람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이병기는 당시 "
김영일 선대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했다"면서도 "
당 선대본부장이 주는 돈이기 때문에 불법자금인지 여부는 알지 못하고 전액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안기부 차장까지 지낸 그가 사과상자 현금이 불법자금인지 몰랐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다. 한나라당이 특보단을 구성하면서 밝힌, 안기부 2차장 출신 이병기 정치특보의 역할도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정보 수집-판단과 대응전략 수립이었다. 고상하게 말하면 '이이제이'(以夷制夷)고, 사실은 도둑에게 '방범'을 맡긴 것이다.
이에 앞서 이병기는 이인제가 민주당 경선에서 패배해 탈당 움직임을 보이자 1년 후배인 이인제를 직접 만나거나, 역시 후배인 김윤수를 통해 한나라당 복당과 이회창 지원을 권유했다. 이회창은 1997년 대선에서 이인제의 독자출마로 김대중에게 패배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이인제가 복당을 거부하고 자민련에 입당하자, 김영일-이병기는 이회창 후보 지원연설을 부탁하며 5억 원을 건넨 것이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김윤수의 '배달사고'로 결론이 나 이인제 의원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돈에는 '이름표'가 없다지만 액수로 보면 문제의 사과상자는 LG 재무관리팀의 금고방에서 나온 돈상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의도 LG트윈빌딩에서 국회 앞 한나라당 당사까지는 승용차로 5분 거리(2㎞)에 불과했다. 불법자금인 탓에 트윈빌딩 29층 재무관리팀 금고방의 포장된 상자에 담겨 있던 돈이 2.5톤 탑차에 실려 경부선 하행선 '만남의 광장' 주차장을 찍고 '무면허 운전자'에 실려 먼 길을 돌아온 것이다.
이병기 후보자는 LG그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특수관계인'검찰도 당초 이병기 특보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서울중앙지법의 '약식명령문'과 '결정문'에 따르면, 검찰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으로 이병기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벌금 1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린 뒤 그의 죄명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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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특보는 2002년 11월 말 당시 이인제 의원을 직접 만나 입당 의사를 타진했다. 김윤수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병기는
김영일 선대본부장에게 "이인제가 민주당을 탈당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를 부탁하면 충청권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김영일이 이병기에게 "이인제를 지원해 한나라당을 돕도록 제안하면서 돈을 주자"고 했다. 그리고 12월 3일 이인제가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하자 이병기는 김윤수에게 5억 원을 건네며 '매수공작'을 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