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채로 생포한 청개구리
최오균
그런데 녀석은 내가 잠자리채로 덮치려고 하면 어느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피해 버렸다. 이 벽, 저 벽으로 피해 달아나는 청개구리와 한참 실랑이를 했지만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청개구리 발에는 빨판과 흡반이 있어 미끄러운 벽에도 착 달라붙어 잘도 기어오른다.
"야, 제발 잡혀줘. 그렇지 않으면 넌 곧 질색해서 죽고 말 거야."지리산에 살 적에 집안으로 들어온 청개구리가 하룻밤을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만 것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실내는 공기가 탁하기도 하지만 건조해서 곧 말라 죽고 만다. 청개구리는 그만큼 오염도에 민감하다. 만약에 녀석을 생포하지 못하면 오늘밤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좁은 사각의 벽안에서 한동안 청개구리를 잡느라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녀석을 잠자리채로 생포했다. 잠자리채 그물 안에 갇힌 청개구리는 놀란 듯 눈을 뎅그렇게 뜨고 가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야, 나도 숨이 차긴 마찬가지야. 좀 쉽게 잡혀주었으면 피차가 힘들지 않았을 텐데.""여보, 아직도 못 잡았어요?""응, 지금 막 생포를 했소."생포한 청개구리를 아내에게 보여 주었더니 빨리 밖으로 내보내라고 성화를 떨었다. 나는 녀석을 들고 밖으로 나와 방생을 해줬다.
"잘 가거라. 그리고 다신 집안으로 들어오면 안 돼. 그 땐 사망이야, 사망." 잠자리채에서 풀려난 청개구리는 폴딱 뛰더니 이내 어두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컴컴한 밤하늘엔 별만 총총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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