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형광등을 밝힌 전자파의 위력지난 1일 기자가 직접 선하지(송전선로가 지나는 땅)에서 폐형광등을 위로 들어보았다. 정말로 불이 켜졌다.
김우창
정말로 폐형광등이 켜질 줄이야지난 4월 9일에 원진노동연구소가 봉두마을의 전자파를 측정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전자파가 측정된 곳은 34만5000V의 선로가 지나는 밭이었다. 깜깜한 밤이 되었을 때 폐형광등을 들고 그곳으로 갔다. 비가 오지 않은 청명한 날씨임에도 전류가 흐르는 '지지직' 소리가 들렸다. 폐형광등을 꺼내 위로 들자마자 불이 켜졌다. 원진노동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이 부근에는 13.5밀리가우스(mG)의 전자파가 흐른다.
1970년대에 설치한 송전탑은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기껏해야 전봇대 높이였다. 마을 주민 위성산(60)씨는 "낚싯대를 내밀면 닿을 정도였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그 당시에는 가축들이 그 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6년에야 지금처럼 송전선로를 30m로 높였다. 송전선로는 높아졌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의 위력은 폐형광등 실험으로도 알 수 있었다.
마을 주민 위성무씨에 의하면 "한전은 전자파의 위해성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으며, 송전탑과 암 발생간의 상관관계 역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한전에서 말하고 있는 전자파 기준은 833밀리가우스(mG)이다. 한전이 안전의 근거로 주장하는 기준은 국제비전리방사선방호위원회(ICNIRP)의 권고치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순간적인 노출만을 고려한 것일 뿐, 봉두마을 주민들처럼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에 대한 기준치가 아니다.
전자파의 위해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를 발암 가능물질을 뜻하는 '그룹2B'로 지정했다. '전자파 노출에 대한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전자계 노출을 줄이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전자계 노출의 인체영향에 대한 연구, 저비용의 노출저감 기술개발 등을 권고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하다. 스웨덴은 인체안전기준을 2밀리가우스(mG)로 선정했고, 네덜란드도 아동의 노출이 4밀리가우스(mG)가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치는 스웨덴보다 400배 높은 셈이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송전탑을 산 위로 옮길 수만 있다면 우리들은 산의 소유권을 넘길 의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