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개원연기... '새누리당 독식 후유증' 때문

새누리당 계파 싸움에 의장단 구성 불발... "계파정치 폐해" 비판

등록 2014.07.08 14:41수정 2014.07.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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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5개 구청장을 새누리당이 싹슬이 한 후 지자체장 당선자들이 시의회 기자실에서 당선사례를 하고 있다. 집행부에 이어 울산시의회마저 새누리당이 장악한 후 계파싸움에 의한 휴유증이 심각하다
6.4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과 5개 구청장을 새누리당이 싹슬이 한 후 지자체장 당선자들이 시의회 기자실에서 당선사례를 하고 있다. 집행부에 이어 울산시의회마저 새누리당이 장악한 후 계파싸움에 의한 휴유증이 심각하다박석철

울산광역시의회가 초반부터 파행을 빚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8일 의회를 개원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 원 구성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 구성을 하지 못하고 15일로 연기했다.

울산시의회는 당초 8일 오전 10시 제6대 전반기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출을 시작으로 9일에는 김기현 시장과 김복만 교육감 등 관계공무원을 초청한 가운데 개원식을 열기로 했다. 이어 10일에는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회별 위원을 선임한 뒤 11일에는 시장과 교육감으로부터 시정보고를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8일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일정이 흐트러졌다.

울산시의회가 이처럼 임기 초반부터 파행을 겪고 있는 데에는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계파싸움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역 정계는 새누리당 내 유력 국회의원 계파와 신임 울산시장 계파 의원들이 서로 시의장 등 의장단을 차지하려 하다가 파행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의회 독식한 새누리, 시작부터 파벌싸움으로 '파행'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울산시장과 울산 내 5개 기초단제장은 물론 22명의 광역의원 중 비례대표 한 석(새정치민주연합)을 제외한 나머지 21석을 싹쓸이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24석의 광역의원 중 7석을 차지(비례대표 1명 포함)한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당초 지방의회를 새누리당이 독식하면서 나온 우려는 '새누리당 집행부 견제 부실'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첫 파행은 같은 당 안에서 불협화음이 터지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새누리당 21명의 시의원 당선자 중 재선의원은 10명, 초선의원은 11명이다. 재선의원 10명은 지난 6월 18일 만나 3선인 박영철 의원을 추대해 전반기 의장으로 내정했다. 박영철 의원은 같은 지역구인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국회부의장)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초선의원 11명은 이 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다시 7월 2일 새누리당 전체 의원총회를 열어 김기현 신임 시장과 지역구가 같은 김종무 의원을 의장 내정자로 번복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4선이자 국회부의장인 정갑윤 의원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은 것을 두고 '초선들의 쿠테타'라는 말까지 나왔다.


초선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김종무 의장 내정자는 자신을 지지했던 초선의원들을 상임위원장장 후보로 선임했다. 하지만, 다시 반대쪽 계파에서 의장을 제외한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에 중복 후보를 내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이같이 복수 후보 출마로 시의원들 간 투표를 통해 의장단 선출이 진행되면 휴유증이 심할 것으로 판단한 김종무 시의장 내정자는 지난 7일 시의회 기자실에서 그가 지명한 부의장·상임위원장 여섯 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의장단 후보 일괄 사퇴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8일 원 구성 후 공식 출범하려던 울산시의회는 첫 출발부터 삐꺽거리면서 향후 일정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의회 파행의 원인을 뭍는 질문에 울산시의회의 한 공무원은 "첫째 원인은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의 잘못"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회기에서는 비록 새누리당 의원의 수가 많았지만, 여야가 섞여 있어 일부 사안에서 거수기 논란이 있음에도 지금처럼 극심한 자리다툼은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염불보다 잿밥을 먼저 생각하는 의원들을 보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울산시민연대 "새누리당 내부다툼, 대의민주주의 흔들어"

울산시민연대는 8일 성명을 내고 "울산시의회 개원연기는 의회정치 무력화를 상징한다"라면서 "권력을 독점한 새누리당 내부 정치가 지방정치 퇴행을 불러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울산시민연대는 "시의회 개원연기라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라면서 "사실상 독점 의회를 구성한 새누리당 시의원간의 의장단 구성과 관련한 내부 다툼이 대의민주주의를 흔들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울산시민은 한때 정당간 민주적 경쟁·정당정치의 정상화 과정을 보여주던 울산시의회의 바닥없는 추락을 목도하고 있다"라면서 "자리다툼·당내 계파 정치로 인해 출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울산시의회의 역할에 믿음을 주기 힘들게 됐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울산시민연대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시의원 개인들 간의 자리다툼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시의원들의 뒤에서 당내 계파정치, 영향력 확대 및 유지를 원하는 이들의 힘겨루기가 있지 않고서는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이번 일을 두고 "특정 정당이 지역정치권력을 독점하는 우리나라 정치의 폐해가 드러난 것이자, 울산의 유력한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공천권 등을 무기삼아 지방정치를 종속시키는 왜곡된 현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울산시민연대는 "새누리당은 시장과 국회의원간의 자리바꾸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의 후보 자질 논란 그리고 이번 시의회 개원 연기와 동구의회 파행이라는 사건의 연속을 통해 정치의 실패를 보여주고 있다"라면서 "퇴행적 지역주의에 기대 시민을 우롱하고 제도정치를 왜곡한 책임은 전적으로 울산의 새누리당이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시의원 22명 중 유일한 야당의원은 최유경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과 같은 당 소속 구의원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의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내정된 전반기 의장이 초선에 의해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며 재선의원 대 초선의원 간 파벌싸움이 벌어졌다"라면서 "사태의 본질은 정갑윤 의원 사람이 전반기 의장에 내정된 것에 대한 김기현 시장의 불만이었다, 그들만의 진흙탕 권력에 대한 아귀다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울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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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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