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에서 발견되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는 물속의 바위나 자갈, 나뭇가지 등에 부착하여 살아가고 있다.
김종술
시간이 흐른 후 이 생명체의 이름이 '큰빗이끼벌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키백과 사전에는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를 '깃털이끼벌레목 빗이끼벌레과에 속하는 태형동물의 일종이다. 동종의 여러 개체가 군집을 이루어 서식하는 형태로, 직경이 2m에 이르기도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부유물 같지만 엄연한 생명체였던 것이다. 최근 갑자기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이 녀석들은 사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내 대형호수나 저수지 등 정체 수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외래종이다.
20여 년 전 내 고향 금강에도 이 생명체가 창궐했다. 그해 여름방학 때 처음 보았고 그 후 뉴스를 통해 이것들이 태형동물의 일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억을 더듬어 자료를 찾아보니 실제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1980년 12월 금강 대청댐 준공 이후 1995년에 '큰이끼벌레' 발견 1995년 12월 26일자 <한겨레신문>의 조홍섭 기자가 쓴 ''큰이끼벌레' 미국산 외래종 확인 한강. 금강수계 등 전국곳곳 확산'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외래 태형동물들은 호수나 저수지 등 물 흐름이 전혀 없는 곳에서 서식한다. 그러니까 원래는 강이 주 서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금강을 중심으로 갑자기 나타나게 된 것이었다. 그 이유는 금강의 유속에 문제가 있어서였다.
비단강 금강이 멍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 12월 금강 상류 대청댐이 준공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유량 감소와 이로 인한 유속의 느려짐으로 비단강은 병들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1990년 완공된 금강 하굿둑은 비단강에 치명타를 입혔다.
아직도 정부나 일부 학자들은 댐이나 하구 둑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금강 옆에서 살아온 나는 댐과 둑으로 인해 금강이 썩어 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며 자랐다. 어릴 적에 강을 거슬러 강경~부여~공주까지 다니던 통통배들은 대청댐 완공 이후 강바닥이 낮아지면서 사라졌고, 그 많던 조개(재첩, 칼조개, 함박조개 등)도 자취를 감추었다. 급기야 금강 하구 둑 완공 이후 더욱 느려진 유속으로 인해 1990년대 중반부터는 큰빗이끼벌레까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들을 보니 본질을 벗어나 이 생명체에 대해 강의 오염으로 생긴 것이다, 아니다로 시끄럽다. 혐오스럽게 생긴 모양만 부풀려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일부 언론도 문제지만, 본질을 벗어나 이 태형동물 자체가 오염도 측정의 자료가 될 수 없다고 반론만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분명한 것은 이 외래생명체는 정상적으로 흐르는 건강한 강물에서는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