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빵집 '다루마리'에서 빵 굽는 모습
도서출판 더숲
자본론을 펼쳐든 와타나베는 제빵 노동자의 삶이 150년 전보다 나아지지 않은 까닭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깨달아 나갑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빵집을 사례로 하여 자본론의 기본 개념을 설명해 나갑니다. 상품이란 무엇인가부터 사용가치, 교환가치, 가격에 숨은 비밀, 임금의 정체, 이윤의 탄생, 노동력과 생산수단, 기술혁신과 이윤축적에 관하여 쉽게, 정말 쉽게 설명해줍니다.
짧고 쉬운 자본론 강의를 통해 왜 사람들은 (겉은 화려하고 멀쩡하지만) 점점 더 형편없는 빵(첨가물로 범벅이 된)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빵집 주인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는 농약을 마구 뿌린 수입 밀가루를 주재료로 인공 발효제(이스트)와 각종 식품 첨가물을 섞어 빵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만든 빵은 일정 기간 동안 썩지 않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게 됩니다. 이스트와 첨가물, 농약같은 기술혁신이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이런 음식들이 먹거리 가격을 낮추고 일자리를 값싸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저자인 와타나베가 천연균에 주목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약을 마구 뿌린 밀가루와 인공 발효제 그리고 식품 첨가물을 섞어 만든 빵이 사람들의 건강을 헤칠 뿐만 아니라 값싼 일자리로 내몰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저자는 견습생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천연효모와 인공효모의 차이를 들려줍니다. 정말 황당한 것은 인공효모를 '인공'이라고 부르지 않고 '순수 배양 효모'라고 불러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종류와 성격의 효모를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천연효모 빵이에요. 효모뿐 아니라 자연계에는 여러 가지 균이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작물에 붙어서 존재해요. 보이지 않을 뿐 모든 장소에 서식하죠. 그런데 이스트는 그 많은 '야생 효모' 중에서 제빵에 적합한 효모를 골라내 인공적으로 배양했다는 말이에요."(본문 중에서)대부분의 빵집에서 빵을 만드는 재료로 흔히 사용하는 인공효모의 대표 선수 격인 이스트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이유야 많겠지만 우선은 배양 방법이 문제라는 사람이 있어요. 영양이 풍부한 배양액 속에서 효모를 증식시키는 방식을 쓰는데, 그 안에 첨가물이 여럿 들어가니까 몸에 나쁘다는 거예요. 또 효모를 개량하기 위해 약품을 쓰거나 방사선을 쪼이기도 하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본문 중에서)역사적으로 보면 이스트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쉽게 똑같은 빵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제빵이라는 직업에서 기술과 숙련도가 필요 없어졌으며,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자본주의적 고용관계가 뿌리내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빵으로 자본주의 바깥에서 살아남기와타나베는 제대로 된 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배움의 과정을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깨우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서는 결코 자본주의 체제 바깥으로 탈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지요.
그래서 그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천연균과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을 사용하여 가장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천연균으로 만든 좋은 빵을 만들어 제 값을 받고 팔기 때문에 일 주일에 사흘은 쉬고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주인과 일하는 사람이 모두 사람답게 사는 빵집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지요.
저자는 발효와 같은 생명계의 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죽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발효를 일으키는 균은 발효 과정을 통해 생을 다하기 때문에 누군가 독점하는 일도 없고, 누군가만 혹사 당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을 읽다 보면 이윤을 통한 끝없는 자본의 증식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저자와 번역자는 그것을 '부패하는 경제'라고 하였는데, '부패'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좋은 의미로 이해하기가 조금은 어색하였습니다.
일본어로 쓰인 책에는 무엇이라고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부패 대신 '분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저자는 발효균이든 자본이든 반드시 부패되어야 좋은 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시골 빵집은 부패하는 경제의 선순환을 위하여 다음 4가지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4가지 핵심 가치는 바로 '발효, 순환, 이윤남기지 않기, 빵과 사람 키우기입니다. 한 발은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에 걸치고 있지만 다른 한 발은 자본주의 체제의 바깥에서 살아가는 그의 실험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7월, 아직 올해가 많이 남았습니만, 2014년에 읽은 '최고의 책'이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더숲,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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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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