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님 기조대장님의 암벽등반 할때의 자세를 볼 수 있는 문구.
이선욱
수직세계인 암벽에서는 추락 가능성을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등반은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다.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서는 실수를 하면 가벼운 부상을 입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암벽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목숨과 직결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 것이 수직세계인 것이다. 김창곤 대장님은 20년 이상의 등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이다. 조금은 느슨해 질 수도 있을법한데 그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작은 토막 자일을 가지고 다니면서 매듭 법을 연습하고, 쉬는 날에도 암벽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담배와 술도 일절 하지 않는다. 오로지 구조를 위해서 최대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인 것이다.
김창곤 대장님은 안전에 대해서 두 번, 세 번 강조하셨다. 수직세계의 일인자인 그도 아직까지 암벽에 오를 때마다 긴장하면서 등반한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안전에 신경을 쓰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자기보다 경험이 적은 사람들의 조언도 그냥 흘려버리지 않았다.
자만심에 찰 수도 있는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잔이 비어있었다. 구조를 한다는 것, 구조 활동의 총 책임자라는 것은 절대 가벼운 위치가 아니다. 산악구조대장은 우선 사고발생지점까지 올라갈 등반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긴박한 상황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2~3배의 실력이 요구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조는 단순히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빠른 시간 내에 구조 방법도 구상해야하며 대원들의 안전까지 신경써야한다. 모든 상황과 구조를 꾀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능력이 요구된다.
대장님은 산을 찾아오는 등산객들에게 최대한 안전에 신경을 써 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남기셨다.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건강을 찾으러 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하셨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 두렵거나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대장님은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하나도 힘들지 않다. 어려서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그 꿈을 이뤄서 행복하다. 아무리 편한 일이라도 내가 원치 않는 일보다는, 힘들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 나는 내 일에 만족하고 감사하다".
산악구조대장이라는 직업은 사명감이 없으면 절대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구조대장님의 마음가짐이 존경스러웠다.
북한산 산악구조대, 매일 산을 오르내리며 목숨을 걸고 등산객들을 구조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들은 오늘도 안심하며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