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지키는 '북한산 산악구조대'

수직 세계인 암벽에서 "목숨 걸고 하는 일"

등록 2014.07.13 17:52수정 2015.03.0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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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취업준비생들은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면서 본인이 하고 싶어 하던 꿈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본인이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 직업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북한산 산악구조대장, 김창곤 대장님이다.


북한산은 해발 836.5m, 1년 평균 천 만 명의 등산객이 찾아오는 서울에 있는 산이다. 서울 안에 있기에 누구든지 쉽게 찾아 올 수 있고, 간편한 복장으로 오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그러나 북한산은 그렇게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니다. 해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200여건 정도 발생하고 있고, 사망자도 10~20명씩 나온다. 지난해 190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그중 9명이 사망하였다. 그나마 많은 방문객수에 비해 인명피해가 적은 것은 산악구조대들의 활약 덕분이다. 북한산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누구보다 빨리 출동하는 그들, 북한산 산악구조대를 만나보고 왔다.

북한산 산악구조대는 1983년 한국대학산악연맹 소속 대학생들이 인수봉 암벽 등반 도중 조난으로 20여 명이 목숨을 잃자 창설되었다. 창설 된 이래 4천여 건의 구조 활동을 통해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누구보다 북한산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산을 찾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산악구조대는 구조대장 3명과 의경 5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수봉 아래 해발 550m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고 다발지역에 빠르게 접근 할 수 있다. 우리는 김창곤 대장님이 근무하시는 날에 맞추어 산악구조대를 찾아갔다.

구조대 초소까지 가느라 지쳐버린 우리들을 김창곤 대장님은 반갑게 맞아주셨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우리들에게 라면까지 끓여주면서 상냥하게 대해주셨다. 대장님은 산악구조대에 대한 설명과 구조 활동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예전에 구조했던 이야기, 구조하면서 아찔했던 상황, 구조대 생활의 여러 가지 힘든 점 등을 말씀 해주셨고, 장비와 매듭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해주셨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산악구조대 건물들을 돌아보니 생각보다 낙후된 곳이 많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라 말씀하셨다. 불과 몇 년 전에도 천막을 치며 생활했고, 물이 없어서 빗물을 받아가면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수많은 등산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대의 시설이 이렇게 낙후되었다니,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더욱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인터뷰 후 커피를 마시는 데. 식탁 위쪽에 붙어 있는 대장님의 기조가 매우 인상 깊었다.


대장님 기조 대장님의 암벽등반 할때의 자세를 볼 수 있는 문구.
대장님 기조대장님의 암벽등반 할때의 자세를 볼 수 있는 문구.이선욱

수직세계인 암벽에서는 추락 가능성을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등반은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다.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서는 실수를 하면 가벼운 부상을 입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암벽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목숨과 직결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 것이 수직세계인 것이다. 김창곤 대장님은 20년 이상의 등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이다. 조금은 느슨해 질 수도 있을법한데 그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작은 토막 자일을 가지고 다니면서 매듭 법을 연습하고, 쉬는 날에도 암벽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물론 담배와 술도 일절 하지 않는다. 오로지 구조를 위해서 최대의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함인 것이다.

김창곤 대장님은 안전에 대해서 두 번, 세 번 강조하셨다. 수직세계의 일인자인 그도 아직까지 암벽에 오를 때마다 긴장하면서 등반한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안전에 신경을 쓰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자기보다 경험이 적은 사람들의 조언도 그냥 흘려버리지 않았다.


자만심에 찰 수도 있는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잔이 비어있었다. 구조를 한다는 것, 구조 활동의 총 책임자라는 것은 절대 가벼운 위치가 아니다. 산악구조대장은 우선 사고발생지점까지 올라갈 등반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긴박한 상황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2~3배의 실력이 요구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조는 단순히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빠른 시간 내에 구조 방법도 구상해야하며 대원들의 안전까지 신경써야한다. 모든 상황과 구조를 꾀고 있어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능력이 요구된다.

대장님은 산을 찾아오는 등산객들에게 최대한 안전에 신경을 써 달라는 당부의 말씀을 남기셨다.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건강을 찾으러 왔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하셨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이라 두렵거나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대장님은 웃으면서 대답하셨다.

"하나도 힘들지 않다. 어려서부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 그 꿈을 이뤄서 행복하다. 아무리 편한 일이라도 내가 원치 않는 일보다는, 힘들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 나는 내 일에 만족하고 감사하다".

산악구조대장이라는 직업은 사명감이 없으면 절대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구조대장님의 마음가짐이 존경스러웠다.

북한산 산악구조대, 매일 산을 오르내리며 목숨을 걸고 등산객들을 구조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들은 오늘도 안심하며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산 산악구조대 북한산 산악구조대와의 사진
북한산 산악구조대북한산 산악구조대와의 사진이선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종원, 신유지, 신상원씨와 함께 작성했습니다.
#북한산 산악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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