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하루
WOOSEONGJONG
부산 구포시장 도축 단지에서 목격한 쇠창살 속 개들의 슬픈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죽음의 공포 앞에 선 개들이 수십 마리씩 붙어있는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면 연민이 밀려온다. 꼭 저렇게 돈을 벌어야 되나 싶었다. 물론 생업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
통영시 산양읍의 한 시골마을의 우리집 앞에는 개소주 집이 있다. 개를 키워 내다팔기도 하고, 직접 개소주를 닳이기도 한다. 가끔 한약 냄새가 진하게 나는 날은 개소주를 만드는 날이다. 요즘같은 복날 시즌엔 하루에 한 마리 이상 개를 잡지 않나 싶다. 한 번은 트럭 뒤에 개 한 마리를 싣고 오는 걸 봤다. 평소 그런 개의 모습을 담요로 덮어 이웃에 노출하진 않는데, 그날은 더운 날씨 탓인지 개를 가둔 개집의 담요를 걷었다. 진돗개 얼굴을 한 놈인데 불안한 눈빛을 했다. 마치 자기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았다.
곧 잡을 개인데 더울까봐 담요를 걷어 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에 대한 연민을 아예 거두진 않았다는 증거이리라.
고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더 문제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동물들이 사람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다. 시골에서 하루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하루가 좋으면 우리 부부도 같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개 때문에 행복해진다는 말. 우리 이웃들 사이에선 생소하고 거부감을 유발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이는 사실이다.
말 못하는 짐승들에게 연민을 느껴오신 할아버지, 할머니들. 알고 보면 모두 생명에 대한 존중을 마음에 담고 사는 분들이다. 우리의 얕은 사고로는 감히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쩌면 진짜 문제는 시골의 노인 세대가 아닌 필요 이상으로 고기를 탐닉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맛있는 고기를 떠올리기 전에 도살된 동물에 대한 측은지심을 한 번 마음 속으로 떠올려보자. 오늘은 초복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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