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서로 돕기 위한 ‘미니팜 협동조합-밀양의 친구들’이 창립되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6월 11일 행정대집행 이후 내 눈에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그 날의 뉴스를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는 사진 속 할머니들은 몸부림을 쳤다. 소리가 나지 않는 글자들은 울부짖어댔다. '밀양과 하등 상관없는 서울 촌놈인 나도 이렇게 힘든데, 할머니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무엇인가 해야 했다. 상심하고 고립되어 있을 어르신들의 손을 다시 잡아야만 했다. 다행히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밀양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로 전화해 "밀양의 어르신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들은 밀양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다.
6월 11일 전까지 밀양 어르신들의 싸움은 송전탑 공사를 막는 것이었다. 어르신들은 송전탑이 건설될 부지에 농성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생활했다. 경찰과 한국전력(한전)이 언제 들어올지도 모를 불안함 속에서도 연대자들에게 손수 밥을 해먹이며 싸움을 이어갔다.
연대자로서 내가 본 그들의 모습은 경찰과 한전에 대항하는 투사에 가까웠다. 농사를 짓고 땅 위에서 살던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사라지고, 작은 몸으로 이를 악물고 건장한 사내들을 막아내려는 모습만 남았다. 그런 그들의 바람은 단순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땅에서 평화롭게 농사짓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이미 5월에는 골안마을에서 사과와 사과즙을, 6월 단장면에서는 매실과 감자를 판매하였다. 그것은 송전탑 싸움으로 제대로 농사짓지 못한 어르신들을 지지하기 위함이었다. 끝을 모를 싸움으로 일상이 파괴된 어르신들을 위한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다. SNS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했다.
그것은 비단 돈과 농작물의 교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국의 연대자들이 송전탑 반대 싸움으로 지친 밀양 어르신들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또한 농사를 짓던 밀양의 주민들은 자신이 직접 키운 맛있고 건강한 작물을 도시의 시민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행복이기도 했다.
이렇게 농작물 판매와 연대의 경험을 고스란히 쌓은 대책위는 쉽지 않은 고민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단발성에 그치는 농민과 구매자와의 만남을 보다 넓은 의미의 연대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한 고민이 바로 미니팜 협동조합(관련기사 :
밀양 행정대집행 한 달... 협동조합으로 뭉친 주민들)으로 이어졌다.
'미니팜 협동조합'이 준비하고 있는 네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