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후의 언어- 나는 왜 찍는가>를 펴낸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씨.
이상엽 제공
이씨는 진도 팽목항과 제주 강정마을,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말고도 연평도․백령도와 새만금, 거리의 우익들이 우굴거리는 서울 시청 앞 등에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중국 동북성과 동부 연안도시, 실크로드에도 갔다.
그때마다 이씨와 동행한 것은 니콘(Nikon) FA, 미놀타(Minolta) CLE, 캐논(canon) 뉴 F-1, 펜탁스 LX, 라이카플렉스(Leicaflex) SL2, 자이스 이콘, 라이카 M4-P, 올림푸스(OLYMPUS) OM4TI, 캐논 EOS-1n, 니콘 F4s, 핫셀블라드 X-Pan, 콘탁스 RTS,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2.8F, 마미야(MAMIYA) 7Ⅱ, 베리와이드(VERIWIDE) 100, 펜탁스 67Ⅱ, 핫셀블라드 500CM과 555ELD 등 18대의 카메라였다.
책의 부제에 나온 것처럼, 이씨는 "왜 찍는가"? 아마도 에필로그에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초상이 그 답이 될 것이다. 그는 한국비정규직노동자센터와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간병인, 베이비시터, 장애인활동보조, 청소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구술을 채록하고 사진을 찍었다(여기에는 핫셀블라드 555ELD가 동원됐다). 간병인 이외선씨의 '얼음밥' 증언은 정말 놀랍고 아프다.
"우리는 식사 문제가 제일 힘들어요. 식사가 안 나오거든요. 환자하고 상주를 하게 되잖아요. 일주일 일한다 그러면 식사를 일주일치 싸 가지고 와야 해요 밥은 냉동실에 잔뜩 얼려놓고 녹여 먹어요. 얼음밥 안 먹게 해 달라고 캠페인도 해봤지만 시정이 안 되었어요."(본문 257~258쪽)"그들의 노동조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얼마나 고단한지, 얼마나 비참한지는 상상을 초월"해 놀랐단다. 그런데 이씨가 집담회 때 찍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웃고 있다. 진짜 웃고 있었을까? 아니면 웃고 싶었을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진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이씨는 최후의 언어로 시대를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가 현장에서 사용했고, 책 속에서 설명했던 18대의 카메라는 '그 얼음밥'을 잊지 않기 위한 그의 눈이다.
최후의 언어 - 나는 왜 찍는가
이상엽 글.사진,
도서출판 북멘토,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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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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