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경제특구 인주지구는 90% 이상이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우량농지다.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 보다는 당장 땅값이 싸고, 개발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우량농지를 산업단지로 바꾼다는 발상은 경제 상식으로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충남시사 이정구
아산시민연대 김지훈 사무국장은 "황해특구 지구지정 철회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정치인들이 주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황해특구가 지난 6년간 아무런 성과도 없이 진척되지 못한 이유를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처음 계획이 설계될 시점에는 충남도가 해당지역 주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여부는 지역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산시농민회 김재길 인주지회장은 "황해특구 인주지구는 논농사에 가장 적합한 땅이다. 그런데도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보다는 당장 땅값이 싸고, 개발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우량농지를 산업단지로 바꾼다는 발상은 경제 상식으로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인주면에 들어왔지만 원주민들에게는 환경오염과 교통사고 위험만을 안겨줘 오히려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개발이익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보다는 그 반대의 상황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산시의회 안장헌 의원은 "지금까지 국내에 진행됐던 수많은 경제특구는 자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설계되고, 기업을 유치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한 공공성은 크게 후퇴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현 시점에서 황해특구가 계속 추진된다 하더라도 이미 조성된 경제특구들과 유치경쟁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 아산시나 충남도에 기대만큼 이익을 가져다 줄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7조원 규모의 황해경제자유구역 최초 설계는?충남도와 경기도가 협의한 황해경제자유구역 최초예정지는 충청남도 아산 인주지구, 서산 지곡지구, 당진 송악·석문지구일대 4189만6837㎡와 경기도 평택 포승지구, 화성 향남지구일대 2624만155㎡ 규모였다. 이 지역을 가용재원과 개발수요 등을 고려해 2025년까지 단계별로 개발해 '세계적인 경제특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아산 인주지구는 1302만5157㎡ 규모로 디스플레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기능과 관광·위락기능이 강조된 자족도시로 만든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아산시는 인주지구가 외국인 주거공간과 산업 및 상업시설로 조성돼 탕정의 삼성반도체 공장과 연계한 지식첨단산업을 유치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인주지역은 인구 5만명의 새로운 도시 형태를 갖추고, 새로운 첨단 IT산업지역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서산 지곡지구는 354만2550㎡ 규모로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한 첨단 자동차 클러스터, 당진 송악·석문지구는 2532만9130㎡ 규모로 황해경제자유구역의 중심지로서 자동차부품산업, R&D기능은 물론 상업과 국제업무의 중심지로 각각 육성한다는 방침이었다.
이 모든 사업은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모두 6조9996억 원이 투입되는 거대한 개발사업이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따른 유발효과 기대치도 어마어마했다. 충남지역에만 모두 13조328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조9420억 원의 부가가치가 발생되고, 고용창출 효과는 6만7122명으로 추산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현재 사업규모를 계속 줄여 당초 계획의 25%로 축소했다. 그래도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6년간 한 발짝도 못 뗀 황해특구…"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