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5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엄마부대봉사단과 탈북여성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려하자 경찰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유성호
마지막으로는 '특정인'이 아니라 단체를 선정했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이름으로 등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엄마부대봉사단'이라 불리는 보수단체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유가족을 비난했다. "우리가 배 타고 놀러 가라 그랬어요? 죽으라 그랬어요?"라는 발언에선 희생자를 모욕하고 유가족의 마음에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유가족이 단식농성을 벌이며 추진 중인 세월호 특별법에 '의사자 지정 요구' 조항이 들어있다는 소식을 듣고 유가족에 항의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달리 세월호 특별법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 이들의 행동에선 진상규명만을 바라는 유가족의 마음을 깎아내리면서 동시에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흐트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의사자 지정'은 현재 유가족이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누가 죽으라고 했냐"는 잔인한 말을 유가족이 들어야만 할까. 이들의 발언에선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볼 수 없다. 가족을 잃은 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임이 '엄마부대봉사단'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
신뢰가 침몰한 사회, 무기력을 학습한 국민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고, 또 다른 어떤 것을 남겼다. 300명에 가까운 승객들이 뒤집힌 배 안에 갇혀 가라앉는 모습을 전 국민이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사고 이후 '사회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가장 기초적인 신뢰가 산산조각 난 셈이다.
그 뒤로 나온 대책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규제완화'의 재검토와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 아니다"라는 발언이 나왔을 때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줄 만한 충분한 근거도 주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국민적인 슬픔에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시도 역시 부족하다. 보수언론과 일부 정치인들은 충격적인 사고를 겪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따스한 말은 커녕 막말만 쏟아내 여론의 분노를 초래했다.
유가족조차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어찌 슬픔을 추스를 수 있을까. 기초적인 신뢰가 침몰된 사회에서 더 이상 무엇을 믿고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비판 여론을 짓누르기보다 유가족의 심정을 공유하고, 사고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사회 전체를 고쳐나가야 할 때다. 가슴 아픈 사고가 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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