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국가와 국민의 보존이다. 적극적으로는 세계지배부터 자국중심의 질서까지, 소극적으로는 국가존립부터 국민안전까지이다. 어떤 의미이든 '국민의 편안한 마음'은 공통분모이다. 박근혜 정부는 안보를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고 있고, 각종 여론조사도 현존 정책에 호의적 반응을 보인다. 남북한의 존재라는 분단, 그리고 안보를 수단으로 이용해 온 역대 정권의 정치사회화 덕분이다. 공통분모인 '국민의 편안한 마음'을 제쳐 두고, '북한과의 마찰'이 안보라는 기준에서 출발한 결과라는 의미이다. 그 결과 군 내부는 곪아 터지고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안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군기가 해이해지고 있으며, 대북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6월 21일 22사단 55연대 13소초에서 관심병사 임모 병장이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31개 방위력 개선사업 군사기밀을 빼내 국내외 25개 업체에 누설한 혐의로, 방산업체로 자리를 옮긴 예비역 장교와 현역 영관급 장교들이 재판에 부쳐졌다. 3월 24일 파주, 3월 31일 백령도, 4월 6일 삼척에서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발견되었다. 6월 19일 북한군 3명이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해, 우리 GP(경계초소)까지 와서 귀순유도표지판과 귀순벨을 가져갔다.
그러나 안보 라인은 직무태만을 인식조차 못 하고 있다.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총체적 부실을 인정하고 사퇴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감 결여는 더욱더 심각하다. 군의 부실에 대한 책임과 치유보다, 북한과 대립각이 안보라는 생각만 유지하고 있다.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김관진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시킨 사실, 그리고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무한신뢰가 이를 증명한다(5월 22일 세월호 사건으로 경질). 특히 김관진 국방장관 재임 기간에 총기 난사 사건은 두 번째이다. 2011년 7월 4일 강화도 해병대 2사단 해안초소에서 관심병사 김모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장병 4명이 숨졌다.
군 관련 사고가 터지면 직접적 관련자만 처벌받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지휘책임이 약해져, 장관과 대통령은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은 기강해이와 무사안일주의로 이어진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책임을 묻지도 않는데, 누가 적극 안보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겠는가? 1990년부터 지금까지 총기 난사 사건은 10차례 발생했다. 군피아(군대+마피아) 형태의 군사기밀누설은 2011년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장성급부터 위관급까지 헤아릴 수조차 없다. 경계상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2012년 '노크 귀순 사건' 이후 철책경비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2014년 한해 군사분계선(MDL) 우리 지역이 5차례나 뚫렸다.
먼저 대통령과 안보부처의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 안보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북한과 대립'이 아니라, '안정된 남북관계로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상태'를 안보로 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자기 정당화를 경계해야 한다. 북한의 존재와 위협에 기대어 정책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다음으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정상적 정책을 약속하고, 안보 라인을 재구축해야 한다. 이후 정부는 관심병사 문제, 군사기밀 유출, 경계실패 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안보정책에서는 단 1%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으며, 단 1%의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실수와 가능성 배제가 국가 근간을 흔들 뿐만 아니라, 국가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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