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 사진은 또소 주교가 6월에 방한 했을 때 이석기 의원에게 직접 써 준 메세지와
아랫것은 로마 갔을 때 턱슨 추기경이 가족들에게 써 준 메세지의 내용
엄경희
그의 기도는 기적처럼 현실이 되었다. 천신만고 끝에 살아있는 예수로 불리는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났다. 교황 앞에 선 그는 간절히 호소했다.
"도와주세요, 한국에서 저희 남편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희 남편은 평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며 조용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후 손을 꼭 잡으며 이야기를 다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눈물 흘리는 엄씨의 머리에 손을 올려 강복했다. 이후 박사옥씨에게 직접 강복을 주시고 박사옥 대표가 전한 가족들 개개인의 편지를 교황님이 직접 받았다.
엄경희씨는 요즘 근황에 대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사건들이 많고 특히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데 가서 조용히 연대도하고 미쳐 못 받은 탄원서도 받으러 다니고 있다"면서 "이석기 내란사건은 우리만의 사건이 아니고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분단의 트라우마 속에 만들어진 사건이기에 진보당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라고 하루속히 구속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음은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구속자 가족 엄경희(47)씨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서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엄씨로부터 25일 받았다.
- 교황 프란치스코를 만난 사연은 무엇인가요? "5월 7일은 우리가 로마로 출국한 날입니다. 교황님은 5월 14일 바티칸 광장에서 일반알현하면서 뵈었습니다. 교황님을 만나러 간 이유는 한국에서는 처음 사건이 나서 종북몰이용으로 마타도어를 당하고 난 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아 답답하고 억울했습니다.
교황님을 만나서 억울함을 알리고, 또한 이석기 의원님을 비롯해서 제 남편 조양원(사회동향연구소 대표)·김홍렬(통합진보당 경기도당위원장) 등 세 사람이 천주교신자이고 가족들 중에도 천주교 신자가 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교회에 호소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교회의 수장이신 교황님께 '내란음모 사건'이 조작되었고, 구속된 사람들이 국가와 언론의 마타도어에 의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것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러 갔습니다."
- 교황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남 자체가 어려웠을텐데 솔직히 기대를 가지고 갔나요?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어려움을 듣고 함께 기도해주셨던 수원교구의 한 신부님은 '만날 수 있는 강한 믿음이 있으면 반드시 만난다' '간절하게 원하고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기도하면 예수님은 그 믿음과 기도에 응답을 해주신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우린 그 말씀을 믿었고 신부님의 말처럼 그 믿음이 현실에서 실현이 되었습니다."
- 이번 사건을 통해 종교가 더 큰 힘이 되었을 것 같군요. "작년 8월 28일 내란음모 사건이 발생한 후 <한국일보>에 왜곡되고 조작된 녹취록이 실리고 보수언론에서는 선정적으로 총, 칼, 폭력, 내란이라는 단어들이 넘쳐났어요. 심지어 진보언론이라는 곳에서도 돈키호테, 낡은 세력, 골방 혁명세력 등으로 조롱하는 분위기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 얘기를 들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어요. 종교는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된 힘이었죠. 천주교의 강우일 대주교님(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포함해 4대종단의 어르신들이 저희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주시고 함께 해 주셨습니다.
그중 제일 먼저 함께 해 주셨던 분은 인권운동가이신 박래군 대표님입니다. 사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은 저희 가족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의 여론이 만들어지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 이용훈 주교가 써준 '편지'에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이용훈 주교님의 편지 내용은 저희들도 모릅니다. 주교님이 봉인해서 보낸 것입니다."
- 이탈리아에 가서 턱슨 추기경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나요? "턱슨 추기경을 만나기 전에 토소 대주교를 먼저 만나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우리들에게 도움을 줄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턱슨 추기경에게 우리의 억울한 사정과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후퇴, 그리고 종교인들에게 가해지는 종북 마녀사냥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턱슨 추기경께서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시고 '여러분들이 하시는 일에 신의 가호와 안내가 있기를! 신께서 여러분을, 특히 감옥에 계신 분과 여러모로 고통 받으시는 분들을 축복하시고 지켜주기를 바랍니다'는 친필 엽서를 써주셨습니다."
- 교황에게 전한 말은 무엇인가요? "어눌한 이태리어로 '도와주세요 제발, 한국에서 저희 남편들이 부당하게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저희 남편은 평화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응답했어요. 그리고 제 얼굴을 찬찬히 쳐다보시며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셨어요. 그리고 손도 꼭 잡아주시고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제 머리에 손을 올려서 강복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같이 갔던 박사옥(가족대책위원회 대표)에게도 손을 잡아 주시고 박사옥 대표가 건네 드린 저희 가족 7명의 개개인 편지를 직접 받으셨어요. 그리고 박사옥 대표도 강복을 해 주셨습니다."
분단의 트라우마 이석기 사건... "진보당만의 문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