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연잎처럼 떨어지는 것들을 넉넉하게 붙잡을 수 있다면 좋겠다.
김민수
연밭에 연꽃이 한창이다. 나는 화사한 꽃보다 잎맥이 분명하고도 넓은 초록의 이파리가 더 좋다. 갑자기 소낙비를 만난 날이면 연잎이나 토란잎을 따서 우산 대신 쓰고 집으로 뛰어가기도 했다.
넓은 연잎에 빗방울이며 꽃술이며 꽃잎, 심지어는 하늘을 나는 새똥까지 앉아 쉬고 있다.
그 모두가 떨어진 것들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으로 향해 가는 것들을 받아들인 연잎의 마음을 본다.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것까지도 외면하는 현실,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배려만 하면 다시 힘을 얻고 새 삶을 살아갈 수도 있으련만 가차없는 세상이다.
세월호 100일이후, 또 하루하루가 간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떨어진 아이들, 우리는 그들은 받아주지 못했다. 그 죄책감도 백일이 되기 전에 무뎌지고,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남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떨어진 그들을 짓밟아 버리고 있다.
연잎의 넓은 마음, 떨어진 것들을 받아주는 마음, 그런 마음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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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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