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골 계곡. 불태산과 병풍산 사이로 흐르는 계곡이다.
이돈삼
대아저수지의 주변 풍치도 아름답다. 군데군데에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 저마다 사람과 자동차로 북적인다. 한재골 입구 도로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도로변에 세워둔 차량이 즐비하다. 광주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곡이다.
한재골은 내 어릴 적 단골 소풍장소였다. 그날이 되면 전교생이 초등학교 느티나무 아래에 모여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출발했다. 손에는 평소 구경할 수 없었던 찐달걀 몇 개와 도시락을 들고서.
소풍 때마다 찾는 한재골이었지만 매번 설렘이었다. 계곡이 깨끗하고 숲이 울창한 건 중요하지 않았다. 찐달걀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소풍이었다. 숲에서 보물찾기를 하고 장기자랑을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어떤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바다'였다고 했다. 거기에 빗대서 나를 키운 건 아마도 숲이었지 않나 싶다. 친구들과 뛰놀던 학교숲, 소풍의 추억과 부모를 따라 나무하러 다녔던 한재골 숲 모두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