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론 침몰선 다이빙
이아영
먼저 내려가 기다리고 있던 아영씨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어제 애를 먹였다. 만반의 자세를 취하고 호기롭게 뱃전에 섰는데, 시퍼런 바다가 아찔했다. 숨이 턱 막혔다. 십여 분 넘게 쩔쩔매며 서 있었다. 결국, 죽기 살기로 뛰어내리기는 했다. 참, 극복해야 할 게 많다.
그토록 내가 겁이 많은 사람인지 정말 몰랐었다. 또 바다를 무서워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타고난 기질이 원래 강해, 무서운 게 없다고 큰소리 뻥뻥 치며 살았는데. 공포를 느끼는 뇌의 편도체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하거나 전두엽이나 해마가 무뎌 수신을 못 하는 거라고 농담까지 하면서. 실제로 밤길을 혼자 걸어도 끄떡없었다.
수유리에 살 때는 새벽 두세 시 혼자 북한산에 오르는 것도 밥 먹듯 했다. 높은 절벽이나 바위를 타는 것도 거뜬거뜬. 남들 다 무섭다고 벌벌 떨 때도, 뭐가 무섭다는 거야? 콧방귀 뀌었다. '인간의 공포심은 개개인의 상상력에 비례한다'는 말이 정설이라면, 어쩌면 나는 지금 바다에서 여느 때보다도 '죽음'을 강하게 연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란 리본'의 영혼들이 느꼈을 그 공포가 끊임없이 나를 사로잡는지도.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 사라져...입수 자리에 부표가 떠 있었다. 침몰선까지 밧줄이 팽팽하게 묶여 있었다. 하강 줄이었다. 잡고 내려갔다. 수면 아래로 머리가 잠기자마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당장 뛰쳐 올라가고 싶었다. 충동을 참느라 용을 썼다.
하강할 때마다 매번 그렇게 죽겠다. 다행히 아영씨가 바로 앞에서 눈을 맞춰가며 나를 격려하고 지도했다. 숨을 깊게 천천히 내쉬어라, 이퀄라이징을 해라, 괜찮나... 수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며 나를 아래로 아래로 인도했다.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