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꾼 아닌 일꾼, 나경원을 믿어달라"
"부잣집 딸 대 서민과 뒹굴던 노회찬"

[7.30 재보선 D-1] 여야 거물급 인사 총출동한 동작을

등록 2014.07.29 21:16수정 2014.07.2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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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을 믿어주세요."
"야권단일후보, 노회찬입니다. 이번엔 4번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종철입니다."

7·30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29일, 동작구의 주요 지하철 출입구에는 세 가지 구호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됐다. 나경원 새누리당·노회찬 정의당·김종철 노동당 후보 측 운동원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라 경쟁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지하철 4·7호선 이수역 14번 출구 앞, 나경원 후보 운동원과 노회찬 후보 운동원, 김종철 노동당 후보 부인이 한 곳에서 유세를 펼쳤다. 새누리당 운동원들이 "나경원을 도와주세요"라 외치면 이에 질세라 정의당 운동원들은 "야권단일후보 노회찬입니다"라며 4번을 들어보이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 맞은편에 선 김 후보 부인 정혜정씨는 "안녕하세요, 김종철입니다" 구호를 외쳤다.

후보들의 걸음도 쟀다. 세 후보 모두 오전 6~7시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초박빙'으로 분석되는 동작에서 유권자들의 손을 한 명이라도 더 잡기 위함이다.

[나경원 새누리당] "박 대통령 이을 새로운 여성 지도자"

나경원 지원유세 나선 김무성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김무성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역 앞 유세에서 손을 들어 보이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나경원 지원유세 나선 김무성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김무성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역 앞 유세에서 손을 들어 보이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남소연

나경원 후보는 이수역 13번 출구 앞 백화점에 자리를 잡고 아침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오가는 시민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접촉을 늘렸다. 나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는 운동원들은 동네 지인을 만나면 "확실하게, 알쟈?", "강남 4구 만들어준다잖아~ 내일 꼭 투표해주세요"라며 일대일 선거운동에 나섰다.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나 후보 뒤로 노회찬 후보 캠프 유세차가 "노회찬의 승리가 굳어지고 있다"라고 크게 외치며 지나갔다. 이에 나 후보는 "거짓말하지 마세요"라고 응수하며 짐짓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나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강남 3구'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겠다는 나 후보의 공약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다.

사당역 앞에서 펼쳐진 집중 유세에 빨간 모자를 쓰고 나타난 김 대표는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집권여당 의원 한 명이 더 되는 게 좋을지 아닐지 판단해보라"라면서 "나경원이 압도적인 표 차로 당선되면 박근혜 대통령 뒤를 이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여성지도자가 탄생하는 거다, 도와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정의당' 후보 단일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담합을 밥 먹듯이 한다, 이런 사람을 국회 보내서 되겠냐"라며 "여러분 손으로 심판해야 한다"라고 외쳤다. 신동우(강동갑), 김종훈(강남을), 유일호(송파을), 김을동(송파병) 의원 등은 각각 "힘 있는 여당 후보를 뽑으면 여러분이 덕 보는 거다", "동작을 강남 4구로 만들 후보, 나경원이다", "5명 있는 야당이 도대체 뭘 하겠냐, 힘이 있냐"라고 외치며 나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나 후보는 "강남 4구를 만들기 위해 지도부가 (지원을) 약속했다"라며 "김무성 대표가 안 도와주면 삭발이라도 해서, 묵은 숙제를 야무지게 해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남·송파 의원들 긴장하시라, 동작이 따라갈 것"이라며 "일꾼이 뽑혀야지 말 잘하는 말꾼이 뽑혀서야 되겠냐, 대한민국·동작을 살려주고 나경원을 믿어달라"라고 호소했다.

나 후보 유세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개 나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강아무개(34)씨는 "나경원 후보가 많이 앞서고 있는 거 같다"라며 "나 후보가 당선될 거 같다"라고 내다봤다. "둘 다(새누리당·정의당) 싫다"는 박만석(61)씨도 "노회찬 후보가 따라 붙었다고 하는데 여긴 기본적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표가 있다, 노 후보가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최경근(60)씨는 "나경원 후보가 좋다, 당의 정치적 요구에 응답하는 소신과 원칙이 마음에 든다"라면서도 "나 후보나 야권 후보 다 비슷비슷한 거 같아서 선거 결과는 지켜봐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부자 정당의 부잣집 딸 vs. 서민과 뒹굴던 노회찬"

노회찬 "기동민, 허동준과 함께 동작을 살리겠다" 노회찬 동작을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유세를 마치고 지지에 나선 (왼쪽부터) 허동준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구 지역위원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원, 기동민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후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노회찬 "기동민, 허동준과 함께 동작을 살리겠다"노회찬 동작을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유세를 마치고 지지에 나선 (왼쪽부터) 허동준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구 지역위원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의원, 기동민 전 새정치민주연합 동작을 후보,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희훈

노회찬 후보의 아침 유세에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함께 했다. 박 의원은 "노회찬, 4번입니다" 구호를 연신 외쳤다. 박 의원 뿐이 아니다. 노 후보는 이날 '기동찬(기동민·허동준·노회찬)' 부대는 물론 박영선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는 등 새정치연합 후보와의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7호선 남성역 앞에서 집중유세를 편 노 후보는 "투표일을 앞두고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떠나셨다, 안 그랬으면 내일 동작에서 들려오는 비보를 접해야 했을 것"이라며 "이미 노회찬이 이기고 있다, 반드시 투표해달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 후보의 '강남 4구' 공약에 대해 "결국 강남과 동작을 연결하는 도로를 넓히겠다는 건데 1998년부터 계획이 세워졌지만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사업한다고 미뤄온 것"이라며 "하면 되는데 새누리당이 늦췄던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노 후보는 "나 후보와 새누리당은 낡은 세력이지만 정의당과 야권연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은 미래세력"이라면서 "세월호 이전의 낡은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기호 1번을,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기호 4번 노회찬을 선택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박 원내대표는 "동작 선거는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며 "부자 정당의 부잣집 딸이냐 아니면 서민과 뒹굴던 노회찬이냐를 결정하는 선거다, 모두 투표에 참여해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노회찬은 삼성 X 파일을 공개하며 대한민국 정의를 위해 몸바쳤고 경제민주화를 외치던 사람이다, 노회찬이 국회에서 일하게 해달라"라며 "사회 적폐 해소, 노회찬 후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이 함께할 수 있다"라고 한 표를 요청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노 후보와 함께 사당시장 일대를 돌며 손가락 네 개를 펴며 "4번이요"를 반복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버겁게 든 채 노 후보 유세를 경청하던 최유미(47)씨는 "사전투표 때 노회찬 후보에게 이미 투표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씨는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 나 후보가 하루에 세 번씩 온다, 유세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라며 "그런 점들 때문에 마음이 돌아선 주민들이 많은 거 같다, 안타깝지만 나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36년 동안 사당동에서 거주한 이아무개(43)씨 역시 "노회찬 후보에게 이미 투표했다"라면서도 "돌아가는 걸 보니 노 후보가 나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 나 후보가 꼬리 잡힌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아무개(65)씨는 "야당 쪽이 잘 될 거 같다, 내가 아는 사당 4동 사람들이 다 야권을 지지한다"라고 전했다.

[김종철 노동당] "동작에서 아이 키우는 날 찍어달라"

격려받는 김종철 후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격려받는 김종철 후보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남소연

노 후보 측이 외치는 '야권단일후보' 구호에 더욱 설 곳이 좁아진 김종철 후보는 조용히 선거운동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2·4호선 사당역 10번 출구 앞 골목에 서서 "안녕하세요? 기호 5번 김종철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내민 손이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손 좀 잡아주십시오"라며 재차 손을 내밀었다.

김 후보가 내세우는 것은 '동작에서 아이를 키우는 주민'이다. 그는 이수역 앞 유세에서 "아들이 동작 중학교에 다닌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학부모로서 함께 고민하겠다"라며 "이 지역에 제대로 된 공립고를 유치해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2008년, 2012년 동작에서 낙선했지만 나는 떠나지 않았다, 당선자인 정몽준 의원조차 수많은 공약을 대부분 지키지 않은 채 떠났다"라며 "사당동에 살며 아이를 키우는 김종철에 거름을 주면 꽃이 필 것이다, 지금 핀 꽃을 따지 말고 거름을 주어 꽃을 키워달라"라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시간이 많이 부족해 안타깝다"라며 "선거 결과는 예상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서 활동해온 후보가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계속 밖에서 유명인사를 초대하듯이 선거를 진행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이에 대한 호응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남성시장 앞에서 30년 째 과일을 팔고 있는 김아무개(60)씨는 "김종철 만한 사람이 없다, 참 똑똑하고 10번 보면 10번 인사를 한다"라며 "이번에는 영 힘들 거 같아 안타깝지만, 언제고 뽑아줄 참"이라고 말했다.
#동작을 #7.30 재보궐 #나경원 #노회찬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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