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경찰청장이 지난 7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성호
[기사 대체 : 5일 오후 7시] 이성한 경찰청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부실 수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5일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 수장에 오른 지 1년 4개월만의 일로 사퇴 압박에 따른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6시 경찰청 기자실에 내려와 "제 소임이 여기 정도인 것 같다"며 "여러 가지 경찰이 책임질 문제가 많아 내가 끌어안고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안전행정부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 부실 수사 책임론에 결국 자진 사퇴 그는 이 자리에서 "앞서 있었던 잘못은 제가 안고 가겠지만, 국가와 국민이 있는 한 경찰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앞선 (경찰의) 과오는 내가 덮고가겠으니, 따뜻한 시선으로 경찰을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청장은 "작년 1년 4개월 동안 보람있게 일을 해 왔고 무난하게 지냈다"며 "그러나 경찰 업무가 광범위하다 보니 조금만 방심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이런 일이 없도록 지휘관과 참모들이 잘 챙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데 대해 이 청장은 "임기를 채우면 좋겠지만 채우지 못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임기를 고집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유 전 회장의 시신과 관련해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경찰청장의 책임을 추궁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이미 정순도 전남지방경찰청장과 우형호 순천경찰서장, 담당 형사과장은 직위해제된 바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여름 휴가에 복귀하면서 이 청장을 경질하고 후임자 인선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오기도 했다.
앞서 경찰 책임론은 여야로부터 제기됐었다. 먼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이 40일 넘도록 시체가 누구 것인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대한민국 경찰의 잘못"이라며 "누군가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 청장은 "이런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더욱 분발해서 열심히 하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가 야당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후임자로 서울청장 유력...부산·경기청장은 비리 연루 의혹 후임자로는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통상 경찰청장은 본청 차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 부산지방경찰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5명의 치안정감이 경쟁을 벌인다.
이중 두 사람은 치명적인 결점을 앉고 있다. 먼저, 이금형 부산경찰청장이 금품 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첫 여성 치안정감인 이 부산청장은 지난 2월, 자신의 접견실에서 부산불교연합회장인 수불 스님(범어사 주지)으로부터 의경들 간식비 명목으로 현금 500만 원과 그림 1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부산청장은 "처음에는 정중히 거절했지만, 간식비라고 해 받아뒀다가 집행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공무원이 민간이 제공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위배됐다. 이에 따라 이성한 청장이 곧바로 이 부산청장에 대해 감찰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
관련 기사 : 이금형 부산경찰청장 금품수수 "돌려주면 끝?")
최동해 경기경찰청장도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달 27일 대구에서 열린 아들 결혼식의 청첩장을 돌리면서 경기청 경비번호와 부속실장 이름, 휴대전화 번호 등을 기재했다가 축의금 강요 논란에 휩싸였다. 최 청장은 결혼식 당일 축의금을 받지 않았지만, 부속실장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청첩장 때문에 축의금을 납부를 강요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강 서울청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경찰대를 졸업하고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실 치안비서관과 현 정부에서는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냈다. 또 경찰청 혁신기획단 팀장과 서울시내 경찰서장, 서울청 경무부장, 경찰청 수사국장, 정보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는 것도 강점이다.
안재경 경찰대학장과 이인선 경찰청 차장은 무난한 인물이지만 경찰 수장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강 서울청장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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