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시비
추연창
나라가 망해가는 시점인 1909년,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이 이토 히로부미의 강요로 달성공원을 찾아 신사에 참배하고 기념식수한 일본 향나무, 성공하지 못한 동학혁명을 말해주는 최제우 동상,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일본이 달성을 공원화했는데 복원은 잊고 오히려 꽃사슴을 기증하여 오히려 동물원화를 촉진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비, 친일파 대구부사가 부수어버린 대구읍성과 경상감영의 흔적 관풍루.....
달성공원 안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망국의 흔적을 둘러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저항의 뜨거운 역사를 찾는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민족시인 이상화를 기리는 기념물이다. '상화 시비'.
1948년에 세워진 '상화 시비'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로, 호랑이 울과 코끼리 울 사이에 있다. 시비에는 '나의 침실로'의 일부가 새겨져 있다. 시비를 보면서 문득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새겨져 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설을 맡은 정만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파견예술인은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대구에는 이상화 관련 유적지가 많다. 대곡동에 그의 묘소가 있고, 계산동에 마지막으로 그가 살았던 고택이 있다. 수성못 아래 들안길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착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수성못둑과 두류공원에 시비가 각각 건립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의 생가가 제대로 보존,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