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황사. 신라 때 건축된 탑 중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탑이다.
정만진
이때 최고는 최고(最高)가 아니라 최고(最古)를 뜻한다. 국보 20호 다보탑, 국보 21호 석가탑, 국보 38호 고선사터 삼층석탑, 국보 112호 감은사 쌍탑 등과 겨뤄 분황사탑의 품격이 꼭 더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분황사탑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 석탑"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가 하면 분황사 석탑을 두 번째 모전석탑인 의성 금성 탑리 오층석탑(국보 77호)과 견줘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모전석탑"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옳은 표현이다. 분황사 석탑이 634년(선덕여왕 3)에 세워진 데 비해 탑리오층석탑은 통일신라 때 건축된 것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백제군의 은밀한 침입을 간파한 선덕여왕신라 때 한반도에는 모란꽃이 없었다. 하지만 선덕여왕은 중국에서 보내온 그림만 보고도 모란꽃에 향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맞췄다. 그림 속에 나비가 없는 것을 통해 꽃의 성질을 간파해낼 만큼 그녀는 총명했던 것이다.
따라서 은밀히 경주 인근에 잠입해온 백제군도 그녀의 손바닥 안이었다. 겨울에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우는 소리를 들은 여왕은 그것이 경주 서쪽 여근곡에 백제군이 숨어 있다는 징조로 파악했고, 알천과 필탄 등 장졸들을 보내 500 적군을 모조리 죽이고, 뒤따라 온 후속 부대 1200명도 남김없이 척살했다.
여근곡은 경주시 건천읍 신평2리의 뒷산인 부산(富山)에 있다. 약 730m 정도에 지나지 않는 부산은 꼭 한번 올라가볼 만하다. 이 산을 여근곡이라 부르는 근거의 하나인 옥문지를 볼 수 있고, 사적 25호인 부산성에 올라 아득한 곳까지 조망하는 가슴 시원한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여근곡을 거느린 부산, 한번 올라볼 만해마을 안으로 들어가 조금만 걸으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길은 부산성에 닿는다. 두 갈래 길이 중간쯤에서 다시 만나 한 길을 이루는 까닭이다. 하지만 필자는 왼쪽 길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
유학사라는 사찰을 지나 왼쪽으로 호젓한 산길을 걸으면 이내 옥문지가 나온다. 그래서 왼쪽길을 걸으시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또 하나. 왼쪽길이 오른쪽 길보다 좀 더 산을 오르는 기분을 안겨준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말도 있듯이, 이왕 산에 온 이상 유적도 봐야겠지만 땀도 좀 흘리는 것이 사람에게 좋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