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0년을 한 달로 줄일 수도
 군 사법, 일반 법원이 흡수해야"

[병영에 햇빛을 ⑥-2]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출신 최강욱 변호사

등록 2014.08.12 11:57수정 2014.08.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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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은 군 입대 후 112일 만에 부모 한 번 못 만나보고 선임병들의 구타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망을 계기로 육군이 단 18일간 조사한 결과 3919건의 군내 가혹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군이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이제 군에만 맡기지 말고 외부에서 본격적으로 감시하고 개입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병영에 햇빛을' 기획 연재기사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최강욱 변호사.
최강욱 변호사.이희훈

최강욱 변호사(46)가 2004년 10월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으로서 군 진급비리 사건을 수사할 때였다.

당시 남재준 육군참모총장도 소환조사 대상자였다. 그러나 남 총장은 육군 최고지휘관으로서 국방부 차관과 법무 관리관으로부터 관련 수사보고를 받고 있었다. 법무관리관은 최 변호사에게 "총장한테 보고해야 하니, 수사보고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담당수사팀이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위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는, 코미디였다.

지난 8일 만난 최 변호사는 이 얘기를 전하면서 "지휘관은 마음대로 판사, 검사 임명하고 마음에 안 들면 무죄로만 못할 뿐, 징역 30년형을 징역 1개월로 줄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현재의 군사법제도를 반드시 없애서 일반법원에서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군내 가혹행위에 대한 축소와 은폐(의혹)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재의 군사법원과 군 검찰의 실태에 대해 "20대가 같은 20대를 기소하고 재판하는 게 대다수"라고 개탄했다.

그는 '윤 일병 사망 사건' 수사·재판 관할이 28사단에서 3군 사령부로 이관된 데 대해서도 "군사법원에 대해 잘 모르니까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육군이 처음에 민관합동수사를 제안했으나 국방부가 거부해서 결국 3군사령부로 갔다고 하는데, 이건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육군본부에는 검찰부가 없어서 국방부가 맡으라는 것인가"라며 "결국 장관이나 총장은 책임지기 싫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관련 문답 전문이다.

-국방부가 윤 일병 사건 수사·재판 관할을 28사단에서 3군사령부로 옮겼다.
"웃기는 일이다. 군사법원에 대해 잘 모르니까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다. 육군이 처음에 민관합동수사를 제안했으나 국방부가 거부해서 결국 3군사령부로 갔다고 한다. 이건 폭탄돌리기 하는 것이다. 육군본부에는 검찰부가 없으니까 국방부가 맡으라는 것인가. 결국 장관이나 총장은 책임지기 싫다는 것인데, 3군 사령관으로서는 짜증나는 일이었을 거다."


"이번 사건의 심각성,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군 검찰 전체로 볼 때, 군단이나 군사령부가 경험이나 규모에서 일선 사단보다 많이 앞서는 건가.
"거의 차이 없다. 국방부 검찰단과 고등군사법원(2심)이 좀 나은 정도다."


-이번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검찰관 업무 맡은 지 7일째인 '초짜'에게 (이번 사건을) 맡겼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는데, 현재로서는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대로 작동하는 기구라면, 이런 사건의 경우 육군보부 검찰부에서 군단이나 3군으로 보내라고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군 검찰은 보통 헌병 수사 내용 갖고 공소장 쓰고 그 뒤 마무리업무를 한다. 그냥 해온 대로 접근했던 게 아닌가 싶다."

-군이 유족들의 현장검증 참여를 배제하고 수사 자료도 안 보여주는가 하면 주요 증인을 채택도 하지 않았다.
"군의 수사·사법체계의 맹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진실을 밝혀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수사와 사법절차가 작동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군의 수사와 사법체계는 오히려 어떻게든 진실을 덮고, 사건을 최소화하고, 피해자들 입을 막으려고 한다. 이런 구조하에서 누구든 처음부터 진실을 알리고 싶었을까. 이런 일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 장교들은 진급에 목매달 수밖에 없고, 장병들은 대규모로 단체에 수용돼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고, 이건 뭐 구조적인 문제가 너무 많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보통 큰 사건의 경우, 기소할 때 브리핑을 하는데 이번에는 5월 2일 기소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쉽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제가 군에 있을 때 벌어진 큰 사건들 대부분을 경험한 편인데, 군이 자발적으로 브리핑하겠다고 한 건 병역비리사건이나 진급비리 수사 정도였다. 그것도 최소한도였다. 우리가 언론 브리핑 요구하면 못하게 했고, 여론이 관심을 보일 때만 마지못해 하는 정도였다. 신일순 대장 구속 관련 브리핑을 할 때도 우리가 다 얘기할까봐 감시자들 쫙 깔아놨었다."

-군법무관들의 경우 판사경력이 최대로 해봐야 4년이고, 20대가 같은 20대를 기소하고 재판한다는 말이 나온다.
"맞다. 20대 검찰관과 판사가 허다하게 많다. 더 심각한 대목은 시험 빨리 붙은 엘리트들이 법조인의 첫 경력을 군 법무관으로 시작한다. 이곳에서 왜곡된 인식을 배우고 갈 가능성이 높다. 어느 부대에서는 한 검찰관이 불기소 지시를 거부하자 말년 검찰관에게 제대할 때까지 출근 면제해주는 조건으로 불기소장 서명을 받기도 했었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검찰관이 귀찮다고 행정병을 시켜서, 사건 날짜도 안 적힌 공소장이 제출되기도 한다."

"군 사법체계, 일반 사법체계에 편입시켜야"

 최강욱 변호사.
최강욱 변호사.이희훈

-궁극적으로 군 사법체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없애야 한다. 반드시 없애야 한다. 일반 사법체계에 편입시켜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없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같은 군 사법제도는 다른 나라에는 없다. 미군 제도 본땄다고 하는데, 미군도 이렇게 안 한다. 미군 내 판사는 연방법원 판사다. 계급장은 대령이지만 굉장한 고위직이다. 경찰법원, 국정원법원은 따로 없는데, 왜 군사법원만 별도로 있을까. 우리는 군 특수성 때문에 그렇다고 하는데, 주로 처리하는 3대 사건이 군무이탈, 구타-폭행, 교통사고이기 때문이다. 특허법원처럼 전문영역이 있는 게 아니다.

군사법원은 제국주의 시대에 나온 것이다. 영국이 식민지 인도를 지배하는데, 영국인들이 인도 행정조직에서 재판받을 수 없으니까 자체법원을 만들었던 게 군사법원의 효시다. colonel(대령)은 colony(식민지)에서 온 말인데, 대령은 식민지의 사법, 행정을 책임지는 단위라는 의미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군대 파견해서 전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법원의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군정 때 그것을 따 와서 이상하게 이식한 것이다. 그 이후 군사법체계에 한 번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참여정부 시절에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제일 먼저 결정한 것이 군사법원 폐지였으나 결국 안 됐다.

군이 비밀을 많이 다루고, 위험한 장비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일반 검찰이 들어가서 압수수색하면 되겠냐고 하는데 외교부, 국가정보원, 통일부는 비밀을 안 다루나. 경찰이나 국정원은 무기가 없나 되묻고 싶다. 현대중공업은 탱크보다 더 위험한 장비가 많다. 군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다."

-당시 사법개혁추위원회가 군사법개혁, 국방감독관제 등 지금 대안으로 얘기되는 안들을 정비했었는데 완강한 반대로 결국 실패했다.
"군사문화가 우리 사회 앙시앙레짐(구체제)의 뿌리다. 미군정과 한국전쟁,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5분만 얘기 들어보면 누구나 경악할 만한 일들이 합법적인 틀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현대사에서 중요한 정치적 사건들은 대부분 군사법원에서 다뤄졌다. 김대중내란음모사건도 군사법원에서 다루지 않았나. 이런 틀을 온존시킬 필요성을 느끼는 세력이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8일자 사설에 "사단장·군단장이 수사·재판 좌우하는 군사법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례적 주장인데.
"처음인 것 같다. '문명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 같으면, 누구나 현재의 군 사법제도를 바꿔야 한다는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판사, 검사 임명하고 마음에 안 들면 관할관확인조치권(감경권)이라고 해서 판결 깎아버리는게 어디있나. 무죄로만 못할 뿐, 징역 30년형을 징역 1개월로 줄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군사법제도를 없애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독립된 신분을 가진 독립된 조직으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검사와 판사가 한방에 있는 곳도 많다. 또, 5사단에서 검사하다가 6군단가면 판사하고, 7군단가면 변호사 한다. 군인 아파트 가보면 판사, 검사, 피해자들이 다 섞여 살기도 한다. 아래 층 사람을 구속시켜야 하는데 뭔 수사가 되고, 재판이 되겠나."

(기자주-미국도 군사법원이 있으나 우리와 달리 지휘관은 1심에서만 관할관 확인조치권을 행사할 수 있고, 군 판사와 군 검찰관을 지휘하지 못한다. 영국은 1심은 군사법원, 2심부터는  일반 법원이 맡는다. 독일과 프랑스는 군사법원이 없어 민간 검찰과 법원이 군 사건을 담당한다. 대만은 올해 1월 군사법원을 폐지했다.)

[☞ 바로가기] 최강욱 변호사 인터뷰 ①
[병영에 햇빛을 ⑥-1] "병사를 소모품 대우...밥 낮은 노예에 불편함 전가"
#윤 일병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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