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에서 방영된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인터뷰현대제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가 계속해서 사망하자, 이들 현장에 소속된 플랜트 노동조합이 현대제철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뉴스.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은 결국 원청의 공사기간에 좌지우지될 수 밖에 없다.
mbc
작년, 재작년 한국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사업장은 현대제철이라고 꼽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 회사에서만 1년 반 동안 10명이 넘게 사망했는데, 그들 모두 하청노동자였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온 한 노동자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무조건 빨리 해라, 빨리 끝내야 한다, 공기 바쁘다, 공기 단축해야 한다..."할인해 준다고 진짜 안전해질까? 위의 예를 든 사례들은 기본적으로 원청의 지휘 아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업장들이 50인 미만으로 분류됩니다. 이 사장님들은 정말 안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걸까요?
원청이 만들어놓은 공간에, 전기전문가, 무슨 전문가 하면서 들어가면, 그 사람들의 안전을 하청회사 사장이 진짜 책임질 수 있는 건가요? 지난 7월 30일, 태안화력에서 바다로 추락해 사망한 27세의 전기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가족은 그럽니다.
"위험한 곳이라고 원청 사람들도 안들어가는 데를, 거기 그물망만 있어도 살았을 텐데, 거기 구명조끼라도 비치되어 있으면 살았을 텐데..."국립현대미술관 화재(원청 GS건설)로 지하에서 4명이 죽고 나서 그에 대한 법원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청 GS건설 현장소장에게 벌금 1500만 원, 안전과장, 안전관리과장 기소유예. 현장 담당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는지 점검을 안 했고, 현장 노동자들에게 화재 등 안전교육도 안시켰으며, 위험 예방 안전조치도 안했다고 위중한 잘못을 했다면서, 그렇게 4명이나 죽였는데, 고작 벌금 1500만 원입니다. 한 사람당 400만 원도 채 안됩니다. 다 잘 지켰으면 살릴 수도 있었는데, 이정도면 살인 아닌가요? 대기업이 내기에는 가뿐한 비용이니 안전관리 비용보다 쌉니다. 우리 사회도 대충 시간이 지나면 잊습니다. 여전히 하청에겐 위험한 일을 떠맡게 하겠죠.
대한민국 50인 미만 사업장의 하청노동자들은 그렇게 위험으로 내몰리지만, 아무도 그 위험 구조에 대해선 무거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원하청 구조는 나 몰라라 한 채, 작은 사업장에 사고가 많이 나니 안전교육을 받고 계획서를 제출하면 산재보험료를 깎아 주겠으니 재주 있으면 할인 받으라고 합니다.
유체이탈식 화법이 정부 각계 부처로 퍼지나 봅니다. 이제 크고 작은 사고들은 더더욱 은폐되겠지요. 할인 조건을 채워야 하니까요. 기존에도 노동자들은 궁금해 했습니다. 내가 산재신청하면 회사에 손해 입히는 거 아니냐고 꼭 질문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후유증 생각하시고, 나중을 위해서 산재보험으로 하라고 해도, 결국 해고될까봐 산재신청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회사에게 더 좋은 핑계가 생겼습니다. 산재보험료 할인율 20% 달성을 위해, 아파도 참으라고 으름장을 놓겠지요. 어느새 할인받지 못하게 되면 그 책임은 모두 산재 신청하는 노동자에게 떠넘기게 되겠지요. 그렇게 크고 작은 사고들이 가려지고, 사람이 죽어야 그 폐혜가 밝혀지는 일이 더 심해지게 생겼습니다. 작은 위험이 계속 드러나야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음을,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는데 말이죠.
정부는 산재보험료를 할인해 준다는 명목으로 사업주들에게 안전 교육을 시키고 계획서를 쓰게 하면 정말 '사망'이 줄어든다고 믿는 걸까요? 안전교육은 필요합니다. 신규로 사업자 등록을 낼 때 반드시 듣게 하는 방법도 있고, 1년에 한 번이나 분기별로 한 번 등 정기적으로 듣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이익과 결부되는 순간, 반드시 부작용은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기업은 윤리조직이 아니라 이윤을 위한 조직이니까요. 이미 산재 은폐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실제 다친 사람들의 통계도 어그러져 있습니다. 산재보험료는 그것대로 내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며 회사에서도 이중 지출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산재사고는 적은데 사망은 왜 많냐며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산재를 신청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어야, 큰 사고를 예방하고 불필요한 지출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산재 은폐를 더욱 가속화 시키는 제도라니요.
법을 어겨도, 사람이 죽어도 원청이나 하청에도 구속이나 심각한 처벌은커녕, 가벼운 벌금, 그마저도 적은 마당에, 산재보험료까지 할인을 해줍니다. 요즘은 큰 산재사고, 화학사고 등이 발생하면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나와서 사과도 합니다. 회사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인정하는 거지요.
그런데, 제도는 뒤에서 봐주고 또 봐줍니다. 기업하기 참 좋은 나라입니다. 산재보험 50년 특별 행사로 이런 멋진 행사를 기획한 고용노동부, 그동안 존재감도 없으셨는데 역시 '고용부' 답습니다. 사장님들, 고용노동부로 연락하세요! 교육 4시간만 듣고, 계획서 내면 돈 깎아준다고요!
그리고, 2014년도 여전히 50인 미만 사업장의 재해율이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비정규직, 하청, 일용직, 여성, 청소년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건강하고 평등한 노동을 꿈꿉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