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언제든 찾아오라더니..."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13일 오후 청와대 입구에서 경찰에 가로막힌 채 앉아 있다.
권우성
하지만 여전히 나는 두렵습니다. 6년을 싸우고도 지난 싸움이 내 삶의 후회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두려움처럼 지금 진실규명을 위해 싸워나가는 유가족들의 마음이 꺾일까 두렵습니다.
유가족은 최선을 다했지만 유가족과 함께하는 마음들이 부족해서, 발걸음들이 부족해서 싸움이 길어질까 두렵습니다. 우리가 함께 싸운다고 정치인들이나 대통령의 입장이 바뀌겠냐는 우리 스스로의 자조 섞인 패배감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며 내 미래와 연동시켜 두려움을 가질, 내가 진정 두렵습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또 좌절과 실망과 어쩔 수 없음인지 스스로 되묻습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한다던 인디언 기우제 이야기를 또다시 반복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이야기를 이 싸움에서만큼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만큼은 우리가 이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안전과 미래는 저 추악한 정치권력들이 이 사회에서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확약했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저들에게 빼앗긴 안전과 미래를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국가권력에 맞서 가만있지 않겠다는, 살아남은 우리들의 다짐이기 때문입니다.
절망과 비탄의 사회를 이제 그만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거짓과 기만의 정치도 이제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여야 합니다. 나 혼자는 두렵지만 옆의 누군가가 손을 맞잡는다면 두려움은 가라앉을 것입니다.
함께한 우리가 두렵지 않게 되면 두려워 할 이들은 비로소 우리들이 아닐 것입니다. 섣부른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가족을 잃은 그들에게 이제 가족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딸을 잃은 엄마에게 딸이 되어주고, 아들을 잃은 아빠에게 아들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친구가, 삼촌이, 이모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국가권력은 아마도 우리가 함께 가는 길을 가로막고 우리들의 상식적인 요구를 거절할 것입니다.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8월 15일 오후 3시, 광화문에서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수많은 두려움을 딛고 선 용기로, 진실을 찾기 위한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광화문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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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복직자. 현재 쌍용차지부 조합원. 훌륭한 옆지기와 살고 있는 세아이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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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습니다, 그렇지만 15일 광화문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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