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 자동차가 개를 치었다, 그 결과는...

무분별한 자동차 튜닝 규제 완화, 안전대책은 어디에

등록 2014.08.16 16:41수정 2014.08.1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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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파손 사진. 오론쪽 앞 범퍼가 심하게 훼손된 상황
자동차 파손 사진. 오론쪽 앞 범퍼가 심하게 훼손된 상황이정민

"이 기자, 오늘 새벽에 우리 강아지가 차에 치어 죽었어. 근데 죽은 것도 억울한데 차량 주인이 튜닝한 차량이 모두 박살났다고 약100만원 가량의 피해금액을 물어달라네. 아니 조그만 개가 차와 부딪혔다고 차가 저렇게 손상될 수 있나. 참 웃기지."


며칠 전 지인이 3년 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내용인즉슨 새벽에 할머니와 아들이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갔는데 목줄을 잠깐 푸는 사이 개가 도로로 뛰쳐나가 지나가던 차량에 치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것입니다.

고스란히 그 장면을 목격한 초등학생 아들은 온몸에 피를 묻힌 채 눈물을 흘리며 개를 끌어안고 산에다가 묻어주었다고 합니다. 지인 엄마인 할머니도 너무 충격이 커서 그날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고 하네요. 보기만 해도 상상이 가는 아픔이 눈에 선합니다.

지인이 보여준 사진을 보니 차가 개를 들이받은 상황치고는 좀 의아한 상황이었습니다. K사의 소형차종인 L 차량이었는데 앞 범퍼가 심하게 부서져 내려앉은 상태였습니다. 더욱이 제한속도 60km 구간 도로에서 조그만 강아지랑 부딪혔는데 어떻게 차량이 저렇게 파손될 수 있는지 의심이 가더군요.

이후 차주와 보험사와 자초지경을 알아보니 그 차량은 앞 범퍼를 튜닝한 상태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본래의 차종 원형이라면 개가 그대로 튕겨 나가 어쩌면 죽지 않을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그러나 범퍼가 도로 바닥까지 내려앉은 차량 밑으로 개가 바퀴에 끌려 들어가 그대로 즉사하게 된 것이지요.

도로교통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인정, 그러나 보상인정은 어떻게


사고 당시 경찰이 출동해, 피해자가 동물일 경우 물건으로 인정돼 합의 이외에는 방안이 없다며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지인과 친한 경찰에게도 문의한 결과 피해자가 동물이어서 도로교통법상 재물손괴 혐의로 처리하기엔 곤란하다는 말을 했답니다.

사건 정황으로 보면 개주인은 목줄을 풀어 놓았기 때문에 경범죄에 해당했고, 가해차량은 전방주시태만과 속도위반의 의심이 보였지만 블랙박스가 장착되지 않아 결국 서로의 입장만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인은 개가 죽은 것도 서러운데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차주의 튜닝 값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까지 처한 것입니다. 만약 차주가 튜닝을 하지 않은 채로 정상 속도로만 운행했다면 과연 상황은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기는 상황입니다.

애견인구 100만 명 시대를 맞아 견주의 애견 에티켓과 제도의 규정이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앞의 상황에서 견주는 분명 목줄을 풀어놓았기 때문에 경범죄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주 또한 차량 튜닝을 하지 않고 본래의 차체를 유지했다면 이와 같은 참극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여겨집니다. 결국 튜닝으로 인한 차주의 과오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무분별한 튜닝 활성화 대책... 이후 안전대책은 누가 책임지나

정부는 지난 6월 제22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자동차 튜닝 산업 진흥대책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 열린 '2014오토살롱 전시회'에는 일부 차종의 튜닝 제품이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로 고객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튜닝 활성화 배경에는 세계 튜닝 시장 규모 100조 원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0.5조 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기획됐습니다. 또한 튜닝 규제 완화를 통해 중소부품 정비업체 중심의 새로운 일자리가 2020년까지 4만 명이 창출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캠핑카, 푸드트럭은 안전검토를 거쳐 승인을 받으면 허용합니다. 전조등을 제외한 등화장치는 튜닝 승인을 폐지하며 승인절차도 인터넷 신청만으로 간소화했습니다. 이밖에도 튜닝 정비업체 지원, 모범 튜닝 업체 선정 후 인증마크 수여, 튜닝 오토살롱 활성화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대책은 자동차의, 자동차에 의한, 자동차를 위한 대책만을 내세운 것입니다. 튜닝 활성화에 따른 음성적인 불법 튜닝에 대한 대책과 교통사고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인과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 강석호 국회의원은 최근 불법 HID 전조등의 제작 및 판매, 유통하는 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그리고 튜닝 업체 대표들도 일제히 정부의 튜닝 시장 활성화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천천히 합리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아무 소용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일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과 생명이라는 것을 정부는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요.
#자동차 튜닝 #애완견 #오토살롱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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