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연재 중인 최규석 작가의 <송곳>. 8월 11일 2부를 완결했다.
네이버 갈무리
- 한편으로는 노조를 너무 미화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도 있다."초창기 노조는 대부분 아름답다.(웃음) 한국처럼 노조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상황에서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을 정도면 (그 회사의 사정은) 이미 노동법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반인권적인 상황인 거다. 실제로 1980년대에 노조 만들 때 내건 조건들이 '두발 자유'였다. 고등학생들이나 할 만한 그런 요구를 사오십 대 아저씨들이 내걸고 투쟁을 했던 거다. 그래서 초반에는 선악 대결에 가깝다.
물론 독자 입장에서는 노조의 부정적인 모습이 머릿속에 있으니까 '내가 아는 노조는 이렇지 않은데 왜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나오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정의로운 경찰을 다룬 영화를 보고 '더러운 경찰도 있는데 왜 그런 건 안 그리냐'고 이야기하는 거랑 똑같은 거다. 노조와 관련된 콘텐츠가 없다 보니까 <송곳> 한 작품이 노조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담아주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싶다."
- 주인공 이수인과 구고신의 실제 모델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처음에 그분들을 만화의 모델로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을 때 순순히 허락했나."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암묵적인 허락이 있는 거다. 구고신은 좀 여러 명이 섞여있는데 이수인은 너무 특정적이어서 미리 허락을 얻고 정리했다.(웃음) 실제 만화를 보고 꽤 좋아하셨던 것 같다. 일단 나와 인터뷰하는 걸 좋아하셨다. 보통 언론사 인터뷰를 하면 활동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자신의 내적인 갈등 같은 인간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는 별로 없다. (내 인터뷰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어 좋아하셨던 것 같다."
- 노동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일단 모른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가령 6월항쟁은 기록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책 몇 권 읽으면 대충 흐름이 잡히는데, 노동운동 쪽은 그렇게 정리된 콘텐츠가 별로 없는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는 <100℃> 작업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활동가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분들은 객관적으로 불행한 상태다. 돈도 못 벌고, 배신도 당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데 그런 선택(노동운동의 길을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잘 납득이 안 됐다.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나온 거면 그래도 납득이 되는데 노동운동을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동력은 대체 뭘까,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희망적일 수 있는가.(웃음)
나보다 힘든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더 확고하게 '진보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것을 이해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성직자를 인터뷰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종교적 경험을 이해하기 힘들듯이 그런 분들도 그런 느낌이었다."
-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했나."그들을 거기(노동운동에) 남아 있게 만드는 여러 요건이 있을 텐데, 그나마 내가 납득되는 것 몇 개를 중점적으로 작품에 표현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그대로 남기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강화해서 작품의 줄기로 삼는 거다."
- 노동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을 그리면서 작가로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 "특별한 건 없다. 다만, 이 소재가 효과적으로 대중예술 안으로 들어오고, 자연스러운 소재로 인식되기를 바란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동성애자들이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하면 사람들은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는 거지'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대중예술은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틀을 제시하는 거고, 대중예술이 세상의 요소들을 더 많이 보여줄수록 사람들이 인식하는 세상의 넓이도 넓어진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왜 배경을 대형마트로 정했나. "마음에 드는 인터뷰이가 대형마트 출신이고, 자료 구하기도 쉬웠다. 독자들에게 친숙한 공간이라 공감대를 얻기도 쉽고. 하지만 이야기가 복잡해져 어려운 부분도 있다. 남성 중심의 생산직이면 대체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대형마트에는 다양한 사람이 섞여 있다.
자기가 일해서 온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사람, 집에 가면 사모님인 사람, 애들 다 키우고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용돈이라도 벌려고 나오는 주부 등. 이들의 요구사항이나 대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동운동을 할 때 부잣집 주부들이 더 열심히 한다. 자기는 잘려도 상관없으니까. 근데 여기에 자기 생계가 달렸으면 노조에 가입하는 게 나한테 유리할까 불리할까 이런 걸 따지면서 나중에 노조를 파괴하는 쪽에 서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섞인 게 재미의 요소일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데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서 들고 일어나야 한다' 이게 아니라 '뭐, 난 그만두면 되는데' 이런 사람도 섞여 있으니까 단순하게 으쌰으쌰 하는 스토리로 만들기가 힘들다."
"'집회신고 달리기'는 기륭전자가 모델... '시즌2' 고민 중"